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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현안 실종, 핵심 빠진 최기영‧한상혁 청문회…‘조국‧정치편향’ 매몰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수장 후보를 검증하는 자리가 조국 키워드, 정치편향성 등에 매몰됐다. 양 부처는 통신‧방송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책임지는 곳인데, 여야 정치공방으로 ICT 현안 질의는 실종되다시피 적었다.

지난 달 30일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난 2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각각 국회에서 열렸다. 한 부처를 이끄는 역할에 맞는 인사검증이 필요했으나, 이념검증 자리도 둔갑했다. 특히, 최기영 후보자 청문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면서 조국 없는 조국 청문회냐는 빈축을 듣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방통위 청문회 장악한 ‘조국’ 키워드=양 후보자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조국’이다. 야당은 양 후보자를 향한 정치공세에 조국 후보를 적극 활용했다. 또한, 정치적 이념 문제를 공정성과 연관시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에게는 조국 후보 딸 조모씨 논란과 관련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조 후보 딸이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문제에 대해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기관장 후보로 입장을 요구한 것이다. 최 후보가 교수로 활동하는 만큼 관련된 상황이 상식적인지, 연구윤리에 대해 묻는 질문이 다수였다. 또, 야당은 최 후보자와 배우자 기부내역이 좌파성향 시민단체 등에 집중된다며 정치적 이념이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는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연구윤리는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며 “일반적은 일은 아니나, 다른 후보자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치 편향성과 관련해서는 중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한 후보자에게는 언론계의 ‘조국’이라고 비난하며 코드인사에 초점을 맞췄다. 한 후보자의 인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 이력 등을 거론하며 ‘방송계의 조국’이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은 “생계형 좌파 변호사로 성공해 인생역전을 했다”고 말했고,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한일전 축구 때 아베가 심판 보는 것이 적절하냐. 좌파진영에서 선수를 뛴 한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라는 심판 자리에 앉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후보자는 “개인 한상혁과 방통위원장 한상혁은 다르다”며 공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야당의 정치편향성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정치공방에 사라진 ICT 현안, 인사검증 미흡 지적=이러한 상황에서 ICT 현안을 검증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최 후보자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R&D 역할에 대한 기대를 받고 오른 인물인 만큼, 부품‧소재를 비롯해 과학‧기술 질의가 다수 나왔다. 다만, 양 후보자 모두 산적한 ICT 현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최 후보자는 소재‧부품 등과 관련한 질의에서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소재·부품 수출 규제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으로 메모리반도체와 5G 경쟁력을 강조했고,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와 관련해 소재·부품 자립화와 함께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등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최 후보자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은 일본과 비교해 2~3년, 최대 5년 정도 뒤쳐져 있지만,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영역은 조금만 투자하면 상용화해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면, 5G와 ICT 정책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말 못 하겠다. 청문회 준비하면서 공부했다”고 언급하며 숙지가 안 된 부분을 인정했다. 일부 의원들이 5G 세액공제 대책이 반쪽짜리라고 지적하고, 현행 2% 세액공제를 5%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최 후보자는 “세제 혜택으로 기지국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효과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고 현실과 동 떨어진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 후보자의 경우, ‘가짜뉴스’ 등 정치적 질의가 쏟아져 방통위의 각종 정책에 대한 한 후보자 입장을 제대로 듣기에는 부족했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가짜뉴스 대응이 미흡해서 경질됐다는 보도가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청원 블라인드 처리와 관련해 한 후보자에게 가짜뉴스 여부를 집중적으로 묻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야당 우려 불식에 나섰다. 한 후보자는 “(가짜뉴스 규제와 관련해)방통위에 규제할 권한이 없다”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완성, 발전에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으로 생각한다. 부분적 허위가 있어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한상혁 방통위, 정책일원화 놓고 이견=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업무조정을 둘러싼 양 부처 갈등은 차기 수장 후보에서도 이어졌다. 최 후보자는 방통위와의 업무분장에 대해 소모적 논쟁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조직개편에 선을 긋고 현 체제를 유지하는데 무게를 뒀다.

이와 달리, 한 후보자는 방송과 통신 정책 일원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효성 위원장과 입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한 후보자는 “현재는 방송과 통신 영역이 불분명해, 이 부분은 하나의 부처가 정책 일관성을 갖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 후보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규제체계를 만들고,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해서는 지역성 문제 등 통신사의 방송시장 독과점 지위와 관련한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진행되는 인수합병(M&A) 관련해 주식 인수 때에도 방통위 심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분리공시제 시행 필요성도 내비쳤다.

이 사안들은 상당수 과기정통부와 업무협력이 필요한 부분인 만큼, 추후 양 부처가 어떻게 의견을 모으고 부처 간 갈등을 좁힐지 관심이 모아진다.

페이스북 행정소송 사례도 조명됐다. 최 후보자는 이에 얽혀 있는 상호접속고시와 관련해 “외국 CP들이 너무 시장지배적”이라며 “근본적으로 상호접속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 후보자는 “해외 CP들과 ISP 간 망 이용대가 문제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사적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고 생각한다”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 개입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 2일 양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못했다. 과방위 간사 간 협의가 안됐다는 이유다. 법적 절차 시한은 이날 종료됐으나,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는 더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 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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