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최근 나온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중 화제작은 단연 ‘프로듀스 101’이다. 아이돌 데뷔를 꿈꾸는 101명의 연습생이 국민 프로듀서 눈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물론 대부분은 데뷔조를 위한 잠깐의 들러리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올해 20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모습이 연출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이 내달 2일과 4일 열린다. 여야가 이번 국감에 신청한 증인·참고인 수는 무려 106명이다. 면면을 보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선다.
106명. 숫자부터 압도적인데 또 기업인이 대부분이다. 통신3사를 비롯해 주요 기업 대표와 사장·부사장급 경영진들이 줄줄이 명단에 올랐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과 멍 샤오윈(숀 멍) 한국화웨이 지사장 등 외국계 기업 대표도 피하지 못했다.
증인을 부르는 게 흠은 아니지만 사실상 올해도 ‘호통 국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픈 국회의원들이 매년 되풀이하는 구태다. 증인을 불러놓고 혼내고 면박 주기를 반복한다. 민간 기업도 국민의 한 축임을 모르는 모양이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갑질이다.
엉뚱한 증인들도 여럿 있다. 특히 과방위 국감에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증인이 다수다. 자유한국당 요청으로 조 장관의 부인과 딸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연구 윤리 확인’이라는 명목을 붙였지만 사실상 조국 장관 퇴진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조 장관의 펀드 운용 의혹과 연관된 버스 와이파이 사업에 대해 묻겠다고 또 증인 5명이나 불렀다. 지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청문회를 ‘조국 청문회’로 만들었던 자유한국당이 이번 국감마저 ‘조국 국감’으로 만들 심산이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 전반을 감사하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게 원래의 목표다. 그렇게 해서 올바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진짜 의의가 있다. 그러니 증인 신청은 신중해야 한다. 막무가내로 아무나 불러서 되는 일이 아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절박함은 알겠다. 그런데 애꿎은 증인들을 선거용 들러리로 세우진 마시라. 정쟁을 위해 정책과 무관한 증인 억지 끼우기도 그만해야 한다. 국민은 국감 이름을 내건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쇼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