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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상담인데 돈 내는 고객들”…기관·기업 수신자부담 대표번호 개통 4곳 불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수신자부담 대표번호 서비스가 도입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서비스를 개통한 기업과 기관은 겨우 25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비스를 도입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물론 18개 정부 부처 어느 곳도 가입하지 않았다.

수신자부담 대표번호는 발신자인 고객이 아닌 수신자인 기업이나 기관에서 통신요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지난 4월 19일부터 시작됐다. 기존 대표번호는 고객이 기업이나 기관에 상담 또는 AS를 받으려는 경우에도 통신요금을 부담하고 있어 부당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중앙부처·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금융권·통신‧방송·쇼핑 등 주요영역 844개 기관·기업 중 수신자부담 대표번호를 개통한 곳은 단 4곳(0.47%)이다.

339개의 공공기관 중에선 2곳,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1곳만이 수신자부담 대표번호를 개통했다. 19개 은행, 54개 보험회사, 96개 유료방송사업자, 7개 홈쇼핑사의 가입률은 0%다.

변재일 의원은 수신자부담 대표번호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를 수신자부담 대표번호 이용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부실하기 때문으로 지적했다. 수신자부담 대표번호는 기업과 기관의 자율선택 사항으로 현행 법규상 이용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게다가 기업과 기관 입장에선 그동안 국민이 부담하던 통신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만큼 자발적인 가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변 의원은 “수신자부담 대표번호를 도입한 과기정통부조차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데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 사용하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서비스 가입을 의무화하지 않고 기관과 사업자의 자율에 맡기다 보니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수신자가 부담해야 할 통화의 성격을 규정하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기관은 수신자부담 대표번호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판매 관련 민원상담, 국가기관의 대국민 서비스용 통화 등은 수신자부담 대표번호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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