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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19] 방통위 국감 ‘가짜뉴스’ 매몰, ICT 현안 검증 어쩌나…(종합)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권하영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가 ‘가짜뉴스’에 매몰됐다. 정치편향성 이슈에 대해 집중 추궁하면서, 상대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에 대한 감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개최한 방통위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두고 삐걱거렸다. 한상혁 위원장의 정치편향성을 줄곧 지적해 온 자유한국당은 인사청문회 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은 만큼 증인선서와 업무보고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은 노트북에 “가짜 위원장 한상혁은 즉시 사퇴하라!”는 유인물을 붙이고, 한상혁 위원장이 증인선서와 업무보고를 하는 동안 고개를 돌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에 방통위 국감은 약 40분간 질의에 돌입하지 못하며 파행을 맞았다.

방통위 국감이 시작됐으나 가짜뉴스에 대한 공방과 정치편향성 추궁이 이어졌다. 모르쇠 구글‧페북에 대한 질타도 계속됐다. 구글의 망 사용료 관련한 무임승차 논란과 페북과 방통위 소송 문제도 다뤄졌다. 또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제재만이 능사만이 아니기에 유보신고제와 요금인가제 폐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짜뉴스 공방, 언론 재갈 물리기 vs 내로남불 마라=이날 여야는 가짜뉴스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허위조작정보는 규제해야 한다는 여당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야당이 맞붙었다.

야당은 한 위원장이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8일 열린 검찰개혁 시위와 3일 열린 광화문 집회의 참가 인원수를 두고 언론과 포털 등이 ‘가짜뉴스’를 송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중 의원은 “서초동 집회 인원에 대해 주최측 추산은 200만, 저는 5만명이라고 보고 있는데 두 숫자 중 어떤 것이 가짜뉴스라고 보나”라고 질의하며 가짜뉴스 논란을 겨냥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해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공세를 ‘내로남불’이라고 저격했다. 이 의원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대통령권한대행 시절에는 가짜뉴스 유포가 늘고 있다며 후속 조치를 당부했던 만큼 이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건 내로남불도 아니고 ‘황로남불’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허위조작 정보 규제에 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망 사용료 화두, 구글은 동문서답=이와 함께 망 사용료 문제가 국정감사 화두로 떠올랐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CP와의 역차별로 번지며 구글 등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구글코리아 매출이 3배 이상 폭증했음에도 망 사용료 무임승차는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프랑스가 구글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는 점을 언급하며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구글은 글로벌 인프라를 위해 300억달러 투자를 집행해 더 빠른 속도로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망 사업자에게도 많은 금액을 절감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며 “전세계 관행을 보면, 구글 관련 99.9%가 상호합의를 비공식적으로 무정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망 사용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존리 대표는 망 사용료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은 기밀이라 밝히기 어렵지만 ISP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은 “아직 구체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구글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협의를 요청한다고 응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날 구글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을 진행하고, 글로벌 IT 사업자에 대한 별도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모르쇠로 일관한 글로벌 IT 사업자 태도에 별도 청문회를 개최하자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구글에게 유튜브 노란딱지에 대해 집중 추궁했으며,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고발하겠다고 공언했다.

◆턱없이 부족한 ICT 현안 질의, 한상혁 위원장은 원론적 답변만=정치적 공방 속 통신·방송을 비롯한 ICT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다만, 프로듀스 엑스(X) 101의 문자투표 조작 의혹 논의를 비롯해 통신사 저가 요금제와 불법보조금, 방송사 UHD 투자 정도가 다뤄졌다.

5G 불법보조금·품질 논란은 도마 위에 올랐다. 통신3사는 5G 상용화 초기 출시된 ‘갤럭시S10 5G’와 ‘LG V50 5G’ 등 신규 단말이 공급되면서 급격한 보조금 출혈 경쟁을 발생시켰다. 또, 5G 전국망 구축이 예상보다 더뎌지며 이용자가 체감하는 품질은 여전히 낮다는 비판도 적잖다.

김경진 의원(무소속)은 통신3사에 저가요금제 재설계를 제언했다. 김 의원은 “2~3만원대 저가 요금제와 7만원대 무제한 요금제가 요금 차이는 2배인데 기본 제공 데이터는 크게 100배 차이가 난다”면서 “저가 요금제에도 상당한 데이터가 제공되는 요금제로 설계하길 권고한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는 5G 알뜰폰에 맞춰 반영하겠다고 언급해, 국민은행과의 5G 알뜰폰 서비스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초고화질(UHD) 투자 미흡도 지적사항으로 떠올랐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방송사들이 UHD 의무편성비율과 투자액이 미달되고 있고, 일부 HD 화질을 UHD 화질로 고시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을 속이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방통위 입장에서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변 의원 질의에 공감하면서도 “(UHD와 HD 혼동 관련) 정확한 고지 방법에 대해 고민하겠다”면서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유보신고제와 요금인가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엄격한 제재는 이통사 영업이익만을 올리는 역설이 있다”며 “완전자급제 등 유통 구조 혁신하거나 유보신고제, 요금인가제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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