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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發 만남부터 이별까지, KT-LGU+ 밀월 끝내나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와 LG유플러스 동맹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합병(M&A)을 발표한 이후, 양사는 공동전선을 맺고 각종 서비스를 함께 내놓으며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유료방송부터 5G 시장까지 KT와 맞붙으며 상황은 달라졌다. CJ헬로비전에서 시작한 양사 밀월이 CJ헬로로 끝이 나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2일 원내비를 종료하고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한 ‘U+카카오내비’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원내비는 SK텔레콤 티맵에 맞서기 위해 KT, LG유플러스, 아이나비 개발사 팅크웨어가 합작해 내놓은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LG유플러스는 KT 대신 카카오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예정된 원내비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원내비가 시장점유율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티맵, 이를 뒤쫓는 카카오내비에 밀려 제대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전략적인 판단을 내린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KT와 LG유플러스 양사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도 볼 수 있다.

2015년 하반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M&A 하겠다고 발표하자 KT와 LG유플러스는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저지에 나섰다. 이동통신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공동의 적’을 SK텔레콤으로 삼고 M&A 반대를 위해 양사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2016년 2월 KT와 LG유플러스는 원내비를 내놓은 데 이어 KT뮤직(현 지니뮤직)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LG유플러스는 KT뮤직에 267억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가진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멜론과 손잡은 SK텔레콤을 겨냥한 것이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CJ디지털뮤직 흡수합병으로 CJ ENM이 2대 주주에 등극하면서, LG유플러스는 3대 주주로 재편됐다. 현재 LG유플러스가 보유한 지니뮤직 주식수는 동일하지만 지분은 12.7%로 줄었다. LG유플러스가 카카오와 협력을 넓히고 있는 만큼, 카카오로 넘어간 멜론과의 제휴를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2017년 7월 SK텔레콤이 사물인터넷(IoT) 전용망 ‘로라’를 내놓자 KT와 LG유플러스는 11월 NB-IoT망을 선보이며 공세를 퍼부었다. SK텔레콤이 IoT 전용망을 육성하려 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방책이었다. 현재 통신3사 IoT 전용망은 5G로 인해 시들해진 상태다. 이 외에도 LG유플러스는 KT그룹 후후앤컴퍼니와 협력을 맺고 LG유플러스 전용 스팸차단 서비스 ‘후후-유플러스’를 제공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 주소록 검색창을 이용하는 번호안내서비스도 같이 내놓았다. 양 서비스는 현재도 부가서비스로 이용 가능하다.

문제는 이처럼 과거 야심차게 선보인 양사 사업들이 발전하지 못하고 현상유지, 정체 상태에 놓였다는 점이다. 원내비는 LG유플러스 사업철수까지 이른 사례다. 시장 변화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양사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KT와 LG유플러스 사이가 전과 달리 좋지 않다. 하현회 대표 취임 후 5G 상용화가 이뤄지자 LG유플러스는 5G 1등을 외치며 KT를 겨냥했다”며 “더군다나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진행하자 알뜰폰 이슈부터 유료방송시장 점유율까지, KT는 LG유플러스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게 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에 대적할 수 있는 상대로 부상하게 된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은 30.86%, LG유플러스와 CJ헬로 점유율은 24.43%,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점유율은 23.83% 순이다.

알뜰폰도 걸림돌이다. CJ헬로 알뜰폰 가입자 78만명 중 KT향 회선은 6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SK텔레콤향이다. 이와 관련 KT는 이용자 피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CJ헬로와 KT간 체결된 알뜰폰 계약 협정서 중 “M&A 추진 때 사전동의를 받는다”는 조건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방통위가 나서 양사 합의를 권한 상태다.

또한, 5G 상용화 초기에 LG유플러스가 5G 30%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것도 KT 입장에서는 눈엣가시거리였다. LG유플러스는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마케팅을 했고, KT는 기자간담회까지 열며 반격한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KT를 따라잡기 위해 5G 시장에서 이전투구를 해 왔는데, 속도‧커버리지 마케팅을 펼치며 주로 KT를 겨냥했다”며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난공불락이었다. 3배나 차이 났던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불과 6% 점유율로 좁혀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가 협력해 충분한 시너지를 내야 하는 이유도 없고, 노선 자체도 달라졌다”며 “장기적으로 지니뮤직 지분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KT와 LG유플러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과라며 CJ헬로나 5G 등의 문제와는 상관 없다며 선을 그었다. LG유플러스는 “원내비 계약종료는 CJ헬로 이슈와 상관없다”며 “다른 사업은 여전히 KT와 협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KT는 “자사 입장에서 유리한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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