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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리인벤트] “신선함이 생명”…카브루가 맥주 유통에 블록체인 적용한 이유

백지영

박정진 카브루 대표
박정진 카브루 대표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주류업계 자체의 유통구조가 복잡한데다, 차량에 냉장 유통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종종 맥주가 상온에 방치돼 변질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수제맥주는 보통 5℃ 미만으로 배송돼야 가장 신선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국내 수제맥주 1위 기업인 카브루는 최근 맥주의 공급망관리(SCM)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문단계부터 배송, 소매점에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실제 적용은 내년 오픈할 네 번째 브루어리부터 할 예정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연례 컨퍼런스 ‘리인벤트(re:Invent)’ 행사장에서 만난 박정진 카브루 대표<사진>는 “맥주의 품질관리를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적용을 결정했다”며 “각 단계에서의 유통구조 적용 이후 향후에는 생산과정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스 냉장고에 달린 AWS 딥렌즈
부스 냉장고에 달린 AWS 딥렌즈
지난 2000년 설립된 카브루는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진주햄의 자회사다. 진주햄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개화할 것을 예상해 2015년 카브루를 인수했다. 박정진 대표는 진주햄의 대표도 함께 맡고 있다. 연간 5600만톤(64만명의 라스베이거스 인구에 26잔씩 공급되는 양)의 맥주를 생산하며 수제맥주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카브루의 수제맥주는 케그(Keg)에 담겨 현재 1300개 이상의 매장에 공급된다. 이밖에 ‘경복궁’과 ‘살랑살랑 바이젠’, ‘수줍은 피치에일’과 같은 캔 맥주를 GS25 편의점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다. 현재 생산하는 맥주 종류만 13가지다. 카브루는 이번 리인벤트 행사 기간 동안 라스베이거스 아리아호텔에 ‘블록체인 펍’ 부스를 운영하고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맥주도 제공한다.

박 대표는 “일반적으로 온도에 의한 (맥주의) 변질율이 1.5% 정도 된다”며 “블록체인을 실제 적용하게 되면 이를 최소한 1/10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수제맥주를 먹는 이유는 다양성과 신선함 때문”이라며 “추후 몰트나 홉 작황 등 맥주 관련 정보들도 클라우드 및 블록체인을 통해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IoT)이나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수요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브루에 적용한 블록체인 시나리오
카브루에 적용한 블록체인 시나리오

카브루는 AWS과의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AWS의 매니지드(완전관리형) 블록체인 서비스를 비롯해 AWS 컨테이너 서비스(ECS, 파게이트), 분석(글루, 아테나, 퀵사이트), 스토리지(S3), 데이터베이스(RDS) 등 15개 서비스를 활용했다.

블록체인 펍 부스에서 만난 신현준 카브루 대리는 “공장과 배송업체, 소매점 등 이해 당사자들이 수정 불가능한 방식의 분산 원장을 활용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스에 설치된 냉장고에는 AWS ‘딥렌즈’를 설치해 맥주 재고를 관리하고 필요한 수량은 실시간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카브루는 현재 서울 청담동에 갓 만든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브루펍도 운영 중이다.

한편 카브루는 주세법이 기존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용량 기준)로 개정되면서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 투자를 늘리고 품질 관리에 더 신경 쓸 방침이다. 2018년 기준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633억원으로 연간 40% 가량 증가하고 있다.

박정진 카브루 대표는 “미국의 경우 수제맥주 시장이 전체의 약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는 1~2%에 불과하다”며 “현재 카브루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이를 30%까지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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