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세메스가 일부 사업 정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삼성 의존도가 발목을 잡았다. 세메스는 삼성 계열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메스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테스트 관련 장비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세정·식각 장비, 물류 자동화설비(OHT)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세메스는 국내 1위 장비업체다. 지난 2017년 매출액 2조원을 돌파,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 10위 안에 들었다. 다만 삼성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문제다. 세메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91.5%의 삼성전자다. 매출도 삼성 관련 계열사 비중이 90% 이상이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투자 계획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큰 구조다.
올해 실적도 삼성 영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3분기 매출액은 2621억원, 영업손실 8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30.58%, 180.3%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투자가 줄어든 탓이다.
삼성 비중이 높다 보니, 제품 역시 삼성에 최적화돼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수 작업을 위해 세메스 실사를 했는데, 너무 삼성에 맞춰져 있었다”며 “그대로 받아오면 삼성 이외에 다른 업체에 납품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메스의 높은 삼성 의존도는 계속 지적된 부분”이라며 “매출 비중이 특정 회사에 높은 곳은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진 셈”이라고 말했다.
케이씨텍이 세메스의 평판디스플레이(FPD) 장비사업을 인수하는 데 실패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세메스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세정장비(Wet station)와 코팅장비(Coater) 등을 공급하고 있다. 세메스가 케이씨텍에 사업 인수를 제의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케이씨텍 입장에서는 급할 이유가 없다”며 “삼성에 맞춰진 장비를 비싼 값에 인수하지 않을 것이다. 기다리면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세메스의 사업 확장 및 축소 계획도 삼성에 맞춰진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다. 핸들러는 검사 실시 및 등급 판정을 담당하는 테스터의 보조 장비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수익이 크지 않아 세메스에서는 핸들러 사업을 정리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고객사 요청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