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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KT 차기 CEO 후보에 구현모 사장…통신·신사업 경쟁력 확보 숙제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구현모 사장<사진>이 ‘포스트 황창규’로 낙점됐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회장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은 후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구현모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구현모 후보는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KT 이사회 김종구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현모 신임 CEO 후보자는 전략담당, 개인고객부문, 경영기획부문, 회장 비서실장 등 전반적인 업무를 두루두루 경험한 KT맨이다. 영업부문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커스터머&미디어부문 등 영업을 총괄하는 역할도 맡으면서 약점을 지워나가고 있다.

KT 관계자는 "회사 전반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인사로 봐야 한다"며 "인사나 조직운영 등에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은 부담이다. 구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 하지만 이사회는 법적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 중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최근 연임한 것도 참고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KT 이사회는 회장이라는 직급을 없애고,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기로 했다.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

구 신임 CEO 후보자 역할은 크게 통신업 경쟁력 확보, 신사업 부문에서의 가시적 성과 창출, 조직 안정화 및 혁신 등을 꼽을 수 있다.

황창규 회장의 경우 전임 이석채 회장과 비교하면 경영 및 조직 운영, 도덕적 측면에서 큰 실기가 없었다. 이석채 전 회장이 부동산 매각으로 수익을 방어하고 해외사업, 버츄얼굿즈 등 각종 의혹에 현실성 떨어진 사업들로 구설수에 오른 것에 비하면 렌털 사업 매각 이외에 큰 잡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한방도 없었다. 주가가 이를 반영한다. KT 주가는 27일 종가로 2만6750원.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들어서는 3만원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핵심인 통신업은 LG유플러스에 추격당하고 있는 신세다. 그렇다고 초고속인터넷이 예전처럼 막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통해 5G 시장을 선도했지만 마케팅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유료방송 부문에서 강점이 있었지만 최근 경쟁사들의 잇단 M&A로 격차가 확 좁혀졌다. 이밖에 에너지, 보안 등 비통신 분야에도 꾸준히 문을 두드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이같은 KT 현재는 구 신임 CEO 후보자의 숙제이다.

통신사업의 근본적 경쟁력 회복과 신사업에서의 가시적 성과, 조직 안정 등이 시급하다.

KT 관계자는 “무선은 3위 LG유플러스에 상당히 추격당한 상태이고 초고속인터넷은 예전과 같지 않다. IPTV도 경쟁사들이 상당히 추격한 상태다. 통신 베이스의 핵심사업들에 대한 본질적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합리적인 조직 운영 방안 역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두 번 연속 외부 인사가 CEO를 맡으면서 외부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맡는 등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석채, 황창규 회장 모두 외부 출신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외부, 또는 소수의 내부 사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KT 직원들 상당수가 KT 출신이 회장이 돼야 한다는 열망도 커졌고 결국 내부 인사 선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라고 표현해왔었다. 정말 KT 사정을 잘 아는 KT 출신이 KT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실적 부진에 외부인사 중용 등 내부직원들의 자존감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산업에 대한 가시적 성과 역시 필요한 부분이다.

IPTV의 성공 이외에 지난 10년간 KT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통신사들도 마찬가지지만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인수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도 보안, 미디어 등에서 적극적인 M&A를 통해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3위 LG유플러스는 꾸준히 유무선 사업을 성장시키면서 계속해서 KT를 위협하고 있다. 비용대비 성과측면에서 KT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혁신적 이미지가 약한 부분을 어떻게 상쇄할지도 구 후보자의 숙제다. 구 후보자는 현직 사장으로서 뚜렷한 강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혁신 이미지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부 인사와 비교할때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지만 현재의 KT를 진일보 시키기 위해서는 안전운행과 함께 과감한 결단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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