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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백과] 재도약 꿈꾸는 알뜰폰, 남은 숙제는

권하영


이동통신사의 망을 도매로 사들여 재판매하는 알뜰폰 서비스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알뜰폰은 포화된 시장임에도 불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 추진 등 통신사들의 저가 요금제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알뜰폰은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민은행의 시장진입,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5G 서비스 등으로 알뜰폰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백과’ 기획을 통해 알뜰폰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알뜰폰은 지난 한 해 많은 변곡점을 맞았다. 가입자 이탈이 계속됐고 수익성은 날로 나빠졌다. 통신사가 촉발한 5G 경쟁에서도 소외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통계에 따르면 태동 이후 순증을 이어가던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2018년 이후 순감(12만7851명)으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2배 이상 커진 30만명이 빠져나갔다.

침체된 알뜰폰 시장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도 업계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알뜰폰의 경쟁력은 망 계약 방식과 직결된다. 이동통신망을 직접 구축하지 않은 알뜰폰은 통신사 망을 도매로 임대하고, 이를 통해 통신사 기반 요금제를 저렴하게 재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모델이다. 따라서 도매대가 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추진 정책도 여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에 신규 LTE 요금제(T플랜)를 도매제공 하도록 하는 한편 망 도매대가도 인하하도록 한 것이다. T플랜 요금제는 최대 100GB 구간까지 개방됐고, 데이터 MB당 도매대가도 2원대에 진입했다.

알뜰폰업계는 여전히 우려를 표한다. 최근 알뜰폰 시장에도 고용량·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고려하면 기존의 도매 구조로는 경쟁력을 지키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인기가 높은 T플랜 100GB 기준 도매대가는 62.5%이며, 5G 요금제도 100GB 이상 고용량 상품일 경우 대부분 70%대로 높게 책정돼 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5G에 집중할수록 3G·LTE에서는 신규 요금제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현재 5G나 인기 있는 요금제는 아직도 도매대가가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 알뜰폰은 기존 요금제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갈수록 경쟁력 있는 상품을 꾸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뜰폰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다지려면 단순히 통신사의 도매대가 인하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 뒷받침이나 통신사의 지원과 별개로 알뜰폰업계의 자구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망 계약에 존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요금제 설계가 가능하도록 도매대가 산정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접속료 기반 산정 방식을 제안한다. 수익 배분 방식이 아니라 접속료와 같은 원가를 기반으로 도매대가를 새로 산정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상호접속이 가능하고 별도 설비를 갖춘 중간사업자(MVNE)의 역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의 도매제공의무 관련 고시도 개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데이터 사전구매제와 같은 대량구매 방식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으로 꼽힌다. 이 제도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업자에게 대량의 데이터를 선구매해 도매대가를 낮추는 방안이다. 도입 시 음성·문자 없이 데이터만 제공하는 ‘데이터온리(Only)’ 상품을 비롯해 알뜰폰 사업자마다 특색 있는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량구매 역시 어느 정도 설비 구축과 투자를 감수할 수 있는 알뜰폰 사업자가 필요하다. 한때 세종텔레콤 등 MVNE 전환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 투자를 검토한 사례도 있었으나 실행되진 않았다. 수백억 원의 전산개발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통신사 계열 알뜰폰 자회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시적인 정부의 알뜰폰 지원 정책을 어디까지 연장해야 하는지도 문제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올해 말까지 1년 더 연장한 한편, 지난해 9월 일몰된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도매제공의무제도를 재연장하는 정부 입법안을 냈다. 도매제공의무제도의 경우 법안 검토는 사실상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알뜰폰업계에서는 협상력이 부족한 알뜰폰 사업자일수록 도매제공의무제 없이는 망 임대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파사용료 역시 전기통신법상 기간통신사업자가 내는 전파사용료를 알뜰폰 사업자가 내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혜택이 무작정 계속될 수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단말 수급 역시 업계의 주된 고민 중 하나다. 중소 사업자일수록 최신형은 물론 보급형 단말기를 수급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거시적으로 보면 가계통신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기기 가격”이라며 “정부가 나서 중소 사업자들이 공동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제조사와 협상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알뜰폰 자체적으로는 열악한 시스템과 미흡한 고객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휴대전화 분실 신고와 같은 고객 민원 처리나 사후 서비스가 부족한 점은 알뜰폰 시장에서 고질적으로 꼽히는 문제다. 공동 고객센터 구축 등 사업자 간 협업이나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등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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