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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백과] 가계통신비 공약 나오는데…요금경쟁 촉발하려면 ‘알뜰폰’ 주목해야

최민지
이동통신사의 망을 도매로 사들여 재판매하는 알뜰폰 서비스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알뜰폰은 포화된 시장임에도 불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 추진 등 통신사들의 저가 요금제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알뜰폰은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민은행의 시장진입,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5G 서비스 등으로 알뜰폰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백과’ 기획을 통해 알뜰폰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4‧15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번에도 가계통신비 공약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공와이파이 확대, 통신비 세액공제 등을 공약으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와이파이는 혈세낭비 논란에 직면했고, 통신비 세액공제는 국민 세금으로 통신사를 지원한다는 우려를 이전에도 수차례 받은 바 있다.

시장논리에 비춰봤을 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통신비를 인하하려면 사업자 간 경쟁부터 일어나야 한다.

이에 제4이동통신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실제, 일본에서 라쿠텐은 제4이동통신사로 합류해 다음 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5G 망 구축에 돌입한 차이나브로드캐스팅네트워크(CBN)은 2016년 중국 제4이동통신사로 승인된 사업자다. 미국에서 디시네트워크는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 과정을 통해 제4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다. 프랑스, 스페인 등도 제4이동통신사를 도입한 바 있다.

한국도 통신3사 구조를 깨고 통신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7차례에 걸쳐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정부는 소비자 보호와 안정적인 네트워크 투자 등을 이유로 충분한 자본을 갖춘 기업을 원했으나, 대기업 참여는 무산됐다. 전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막대한 투자금을 지불하고, 포화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통신산업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요금경쟁정책 수단은 ‘알뜰폰(MVNO)’이다. 알뜰폰을 도입한 정부의 정책적 목표는 가계통신비 인하다. 이는 정치권에서 때마다 내놓는 통신비 공약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우선, 알뜰폰시장 진출 활로를 넓혀 경쟁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중소기업과 통신3사 자회사로 구성된 알뜰폰시장은 침체돼 있었으나, 최근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활발해졌다. KEB하나은행과 교보생명도 SK텔레콤과 알뜰폰 협력에 나섰다. 제4이동통신에 손을 드는 대기업은 없지만, 알뜰폰은 눈여겨 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LTE 무제한 요금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알뜰폰은 22개월만에 처음으로 지난 2월 번호이동시장에서 통신3사 대상으로 모두 순증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처럼 재정능력을 갖춘 비통신기업이 알뜰폰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수록, 이러한 경쟁은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등 재정능력을 갖춘 비통신 기업은 통신산업과 융합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꾀할 수 있고, 알뜰폰 산업 규모는 커지게 된다. 또한, 알뜰폰에 대한 브랜드 인식도 제고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통신사 대상으로 요금인하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를 알뜰폰 육성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도 제기된다. 통신3사는 5G 망 투자 및 신산업 확대 등을 이유로 5G 중저가요금제 및 요금인하 정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신사는 새로운 산업 확대에 투자를 쏟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알뜰폰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정부가 발의한 알뜰폰 망 도매제공 의무화 법안도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 일몰된 도매제공의무제도 유효기간을 2022년 9월22일로 3년 늘리고, 5G망 의무제공 내용도 포함했다. 여야 이견은 없는 상황이나, 국회 과방위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요금인가제와 통합 논의한다며 통과를 불발시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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