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코로나19 이슈가 장기화되면 어느 기업이든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다. 이후 한 달 넘도록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고, 소부장 업체들은 울상이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 등지까지 영향권에 들었고, 결국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형’(팬데믹)을 선언한 탓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올해 2분기 실적 하락이 전망된다. 예상외로 선전한 1분기와 달리, 2분기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테스트 업체 관계자는 “연말부터 업황이 살아나면서 1분기는 목표 금액을 초과한 상태”라면서도 “2분기는 상당히 걱정된다. 미팅과 출장 일정이 일제히 취소되면서 상반기 마케팅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각국의 출입국이 통제되는 추세다. 현재 한국에서 들어오는 사람 입국을 막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나라는 123곳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도 포함됐다.
이는 고객사 미팅, 현지사업장 출장 등을 제한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 특성상 국내외 업체 간 교류가 많지만, 최근에는 뚝 끊긴 상태다. 미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부장 업체들은 신규 계약 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에 맺은 공급계약도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와 거래하는 에스에프에이, 필옵틱스 등은 계약 종료 시점이 미뤄졌다. 코로나19 근원지 우한 등에 위치한 중국 공장들은 정상 가동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셋업이 지연되면서, 장비 납기가 변경됐다. 최근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미 완료된 계약이므로 취소되거나, 돈을 못 받고 그러지는 않는다. 다만 양산 일정이 밀리면서, 추가 투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고객사의 발이 묶인 점도 악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은 중국, 베트남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소부장 업체들은 고객사 현지 공장으로 엔지니어 등을 파견해 제품 관리를 해야 하지만, 출국조차 쉽지 않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임직원 및 설비업체 인력 700여명을 베트남으로 보낼 예정이었으나, 해당 인원들은 여전히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집결체인 스마트폰 업계는 코로나19 영향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화웨이와 애플 등은 중국에 생산기지가 몰려있다. 생산량은 물론 경기침체로 판매량까지 급강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S20’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친다. 전방 산업 부진으로 관련 협력사 역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부품업체 관계자는 “주요 제조사들이 생산 및 판매를 제대로 못 하면서, 2분기부터 수주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모델에 탑재되는 부품의 납품 일정을 미루거나, 논의 중인 계약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기존 사이클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31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70.8%가 입국 제한 조치로 수출이 악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입국 제한이 계속될 경우 감내 가능 기간으로는 1~3개월(35.9%), 3~6(34.3%), 6개월~1년(10.3%), 1개월 이내(9.9%), 1년 이상(9.6%) 순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