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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새 대표 맞은 KT, “주가 올려라” 주주 한 목소리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금융자산 절반을 KT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다. 너무 마음이 답답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2만원도 안 되는 주가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힘들다. 경영진, 이사들이 신규 선임되는 만큼 의사결정 때 주가를 올릴 방법을 찾아달라.”

30일 KT가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구현모 대표를 선임한 가운데, 주주들이 KT 주가 부양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구 대표는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했다. 구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후 자본시장을 포함해 다양한 관계자를 만나, 우려와 기대를 실감했다”며 “주주 기대를 알고 있다.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모아 기업가치를 향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구 대표는 약 1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증권사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주가 부양에 대한 책임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KT 주가, 2만원선 붕괴…주주들 “자회사 매각이든 조치 취해야”=최근 KT 주가는 2만원선 붕괴 후, 쉽사리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1만7650원까지 추락한 후, 지난 30일 1만9950원으로 마감하면서 8거래일 동안 1만원선을 맴돌았다.

이를 반영하듯 KT 주총 현장은 현 주가에 대한 답답함으로 가득했다. 2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떨어지는 주가를 반등시킬 수 있도록, 새로 선임된 경영진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주주는 “KT 개인주주 불만은 주가다. 주가가 이렇게 내려갔는데, 자사주를 매입하든 배당을 높이든, 돈 안 되는 자회사를 팔든 뭔가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주가만 높아지면 이사보수로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주들은 KT를 향해 수익성 중심 경영, 매출 정체 상황 탈피 등을 요청했다. 비용을 수반하는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고, 매출 증진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주주는 “서비스 매출이 정체돼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주가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책임감을 느끼고 분발해달라”고 전했다. 또한 “돈 쓰면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은 삼성전자에게만 좋은 일이다. 수익성 중심으로 경영해달라”는 발언도 나왔다.

잇따른 주주들의 주가 부양 요구에 황창규 회장은 “이사들이 이를 잘 듣고 있고,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KT 새 수장 구현모 “기업가치 최우선”=
이날 KT 새 수장에 오른 구현모 대표는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며 “KT는 그간 쌓아온 디지털 역량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는 한편 핵심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겠다”고 제언했다.

구 대표는 오는 2023년 정기 주총일까지 3년간 KT를 대표한다. 구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경영과학 석사와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KT에 입사해 33년간 근무하며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역임했다.

KT는 기존 ‘회장’ 중심 1인 체제를 뛰어넘어 안정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한 최고경영진간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회장 직급을 없애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꿨다. 이날 주총에서 이와 관련한 정관을 변경했다.

구 대표 취임식은 별도 오프라인 행사 없이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사내 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구 대표는 직접 경영철학과 방향을 설명하며 그룹 최고경영자(CEO)로서 임직원과 공식적인 첫 소통에 나선다. 이후 KT 고객 서비스 최전선인 광역본부 임직원과 오찬을 하고 이어 네트워크 엔지니어와 만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시작한다.

KT는 이번 정기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이날 부의된 정관 일부 변경, 대표이사 선임, 제38기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경영계약서 승인,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개정 등 총 8개 안건은 원안대로 처리됐다. 신임 사내이사에는 기업부문장 박윤영 사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부사장이 뽑혔고, 신임 사외이사에는 강충구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박찬희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이 선임됐다. 2019 회계연도 배당금은 주당 1100원으로 최종 확정됐으며 다음 달 22일부터 지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KT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는 주총 시작 전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적폐경영 단절을 선언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총장 내부에서도 10여명이 황 회장을 범죄자로 지칭하고, 구 대표 횡령 혐의를 언급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전년보다 적은 수가 참여하고 KT에서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한 칸씩 공간을 둔 지정좌석제를 도입한 만큼 과거보다 잠잠한 분위기 속에서 주총은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주들이 마스크를 내리고 소리를 질러 제지를 받기도 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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