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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임기 마친 ‘미스터5G’ 황창규, KT 떠난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황창규 KT 회장<사진>이 6년간의 임기를 완주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오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때 공식적으로 임기가 완료되나, 황 회장은 이에 앞서 23일 소규모 이임식을 열었다.

황 회장 이임식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KT 이스트사옥 사내방송 스튜디오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임직원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녹화하고, 황 회장이 취임한 2014년에 입사한 직원 등 10명의 대표 직원들과 함께 감사패와 꽃다발 전달식을 가졌다. 이임 행사는 오는 25일 KT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후 황 회장은 구현모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와 박윤영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과 티타임 및 오찬 행사를 이어갔다.

황 회장은 “KT 미래, 먹거리, 그리고 KT 정신을 제대로 세운 CEO로 기억되고 싶다. 지난 6년간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준 임직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며 “지금까지 만들어 온 성과 그 이상을 뛰어넘어 135년 역사의 KT그룹을 글로벌 1등으로 올려 달라”고 말했다.

◆반도체 신화 주역에서 통신사 수장으로, KT 연임 임기 완주한 첫 인물=사실상 황 회장은 KT 역사에 한 획을 긋고 물러났다. 연임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떠난 KT 수장은 황 회장이 처음이다. 15년만에 중도퇴진 없이 내부 출신을 차기 수장으로 선임하면서, 정상적으로 최고경영자(CEO) 인수인계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거버넌스 안정화에 기여했다.

앞서, 2002년 민영화 이후 초대 CEO인 이용경 전 사장은 단임으로 물러났고 연임을 시도했던 남중수 전 사장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불명예 퇴임했다. 이석채 전 사장은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1년만에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고 중도 사퇴했다.

황 대표는 2002년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친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및 기술총괄사장 등을 역임한 황 대표는 2013년 12월 KT 대표로 내정됐다. KT 내부 또는 관료 출신이 아닌 전문 경영인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황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지식경제R&D 전략기획단장을 지냈으나 박근혜 정부와는 연관성이 적어 친박인사로 구분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낙하산 CEO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통신사는 제조기업 경영과 다른 만큼 통신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적자 딛고 1조클럽 달성, 체질개선‧본업 경쟁력 확보=2014년 취임 첫 해 KT는 민영화 이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성장절벽에 마주한 상황이었다. 황 회장은 8300여명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하고, 부실 자회사를 비롯한 비통신 계열사를 정리했다. 황 회장은 통신 시너지 중심으로 그룹사를 개편하면서, 2013년 56개 자회사에서 지난해 43개로 조정했다.

황 회장은 통신‧미디어를 중심으로 실적을 개선하고 재무 건전성 회복을 꾀했다. 2015년 5월 데이터 선택 요금제, 2018년 5월 4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데이터온(ON)’을 선보이면서 무선요금 체계를 변화했다. 특히, 기가 인터넷 전국 상용화로 유선 네트워크를 차별화했다. 2014년 10월 기존보다 최고 10배 빠른 기가 인터넷을 출시했고, 2018년 10기가 인터넷 전국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인터넷TV(IPTV) 8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면서 1등 IPTV 사업자 지위도 공고히 했다.

특히, 황 회장은 통신 본업에 집중하면서 ‘5G’를 주목했다. 황 회장은 2015년 3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연설을 통해 5G 가능성을 언급했고, 국제규격도 없는 상황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위한 글로벌 협업을 주창했다. 2016년 KT는 삼성, 인텔, 노키아, 에릭슨 등과 함께 평창 5G 규격을 완성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5G 올림픽’으로 불리게 됐다. 이어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통해 황 회장은 ‘미스터 5G’라는 별명을 얻었다.

황 회장은 5G 상용화 이후 기업(B2B), 인공지능(AI)을 강조하며 향후 먹거리에 대해서도 준비자세를 요구했다. KT는 5G를 기반으로 현대중공업, 해군사관학교, 삼성의료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B2B 협력을 추진했다. 또, 올해 들어 황 회장은 ‘AI 전문기업’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취임 첫 해 2014년에는 연결기준 매출 22조3117억원, 영업손실 4066억원이었으나, 2015년부터 1조2000억~1조4000억원대 안정적인 영업이익 기조를 이어갔다. 또, 2014년말 순부채비율은 92.3%에 달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됐으나 2018년말 순차입금 3조9449억원으로 순부채비율은 26.8%로 줄어들었다. 신용등급도 상향됐다. 2014년 Baa1으로 KT 신용도를 낮춘 무디스는 2017년 1월 A3로 회복시켰다.

직원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황 회장은 1등 DNA와 싱글 KT(협업)을 강조하면서 현장 중심 및 스킨십 경영을 통해 직원사기 고취에 나섰다. 황 회장은 6년간 약 400회에 걸쳐 5400명의 직원과 점심‧티미팅을 실시했고, KT‧계열사‧협력사에서는 5년간 4500개 이상 주제로 7만3000여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최악의 통신대란 ‘오점’ 남긴 아현화재=2018년 11월24일 서울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경기 일부지역에서 통신장애가 일어난 사건은 황 회장과 KT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다. KT 추산 물적 피해액만 469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황 회장은 KT 화재 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고, 처음으로 소상공인 2차 피해보상까지 진행했다. 5G 시대에서는 단순히 통신장애에 그치지 않고 전체 사회안전망 혼란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위험을 자각하게 되면서, 정부와 통신사는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KT는 통신재난 대응계획 조속한 실행‧이행관리를 위해 3년간 481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빅데이터‧인공지능, 로봇 등을 활용해 예방시스템을 강화하고 차세대 OSP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어 통신3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통신망 이원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황 회장은 전직 정치인, 경찰, 퇴역 군인 등을 경영고문으로 부정하게 위촉해 각종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으로 기소의견을 받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한 후 4억3790만원에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자 등 99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보낸 혐의를 받았다. 일명 쪼개기 후원으로, 황 회장이 이를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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