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LG화학이 일본 파나소닉을 제쳤다. 배터리 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효과에 양사 희비가 엇갈렸다.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에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이 선두에 등극했다. 이 기간 5.5기가와트시(GWh)를 기록, 전년동기(2.5GWh)대비 117.1% 성장했다. 시장점유율은 10.7%에서 27.1%로 급증했다.
LG화학의 상승세는 테슬라를 우군으로 끌어들인 덕분이다. 경쟁사 파나소닉의 최대 고객사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2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의 배터리 전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Y’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2위 파나소닉은 사용량 5.2GWh, 점유율 25.7%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3.8% 역성장했다. 중국발 일부 물량을 LG화학에 빼앗겼고,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테슬라 공장 가동 중단된 점이 악재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의존도가 높다.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기술 개발 및 공급사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파나소닉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테슬라 외에도 아우디 E-트론, 르노 조 등에 판매 호조가 긍정 요소다. 이미 확보한 고객사도 많다. 파우치 분야에서 폭스바겐, 볼보, GM, 현대 등 13개의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루시드모터스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소재 내재화 작업을 통해 원가절감 및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탄소나노튜브(CNT) 생산능력(CAPA, 캐파)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내년 1분까지 650억원을 투자, 전남 여수공장에 CNT 1200톤(t)을 증설한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신소재다. 리튬이온배터리 양극 도전재로 사용된다.
지난 2016년 GS이엠의 전북 익산공장 양극재 생산설비와 해당 사업부문 인력 등을 인수한 바 있다. GS이엠은 양극재와 원재료인 전구체를 양산하던 업체다. 2018년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합작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오는 2024년까지 5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기술력과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한 부분이 강점”이라며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이슈도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만큼 향후 배터리 사업은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SD(1.2GWh)I와 SK이노베이션(0.9GWh)은 각각 4위, 7위에 올랐다.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파사트 GTE, BMW 330e 등이,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소울 부스터, 기아 봉고 1T EV 등의 판매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