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해묵은 원격의료 논란, 이번에는?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정부가 비대면 진료·원격진료 추진을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전화상담 처방 전면 중단 대 회원 권고문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의협은 권고문에서 “정부가 코로나19 국가재난사태를 빌미로 소위 원격진료,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5월 18일부터 전화상담 처방의 전면 중단을 회원 여러분께 권고 드린다. 더 이상 국민들을 위한 선의로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화 상담이 비대면-원격진료의 빌미로 정부에 의해 악용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비대면 의료서비스나 온라인 교육 서비스 등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는 분야를 발굴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사실 원격진료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쟁 중 하나다. 그동안 몇 차례 원격의료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많은 ICT 기업과 헬스케어 업체들이 사업을 준비하다 해당 부서를 축소하거나 사업 아이템을 재설정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원격의료 허용을 원하고 있는 업계 중 하나가 보험업계다. 최근 ‘인슈어테크’ 등 보험업계에도 ICT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 보험료 수가 인하 및 보험 상품 개발과 원격진료 허용 여부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만큼 원격진료에 대해 실제 사업화는 물론 이해 당사자들 간의 협의를 옆에서 지켜본 것이 보험업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원격진료 추진 움직임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해당사자간 깨질 수 없는 고리가 있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측에서 제기했던 문제는 크게 3가지 정도다. 먼저 ▲비대면에서 오고가는 수치만으로 의사의 판단이 이루어지므로 환자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어 합병증 및 부수 질환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원격의료를 위한 인프라 마련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국민 건강보험이 떠맡게 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 ▲원격의료가 시골 병원의 존립 근거를 위태롭게 하고 대형병원의 원격의료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논의와 시범 사업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법제화가 안 되어 있을 뿐이지 정부는 그동안 몇 차례의 원격진료 사업을 통해 유용성과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일례로 2015년 3월부터 148개 참여기관에서 5300명에게 진행된 6개 부처 합동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됐으며 사업에 참여한 민간부문의 만족도도 83~88%에 달한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발표였다. 이에 정부는 “원격의료의 유용성과 안전성이 확인되었으므로, 의료계 등 전문가와 협의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은 시범사업에서 그치기를 반복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체계를 놓고 의학계의 학맥, 인맥은 물론 각 협회마다 이해관계가 저마다 달라 이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반대를 풀기 위해 특정 협회나 단체와만 대화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 복잡한 생태계를 하나하나 푼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해결을 위해선 복잡한 이해당사자간의 오해는 물론 기존 기득권을 어떻게 해체하고 보상할지 논의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진료에 대한 유용성과 필요성에 대해 일반인들의 인식은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고한 생태계를 해체, 발전시키는 것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타다'와 같은 공유차서비스 처럼 기존 기득권과 혁신 사이에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이러한 사회, 산업적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원격진료에 대한 향후 전개 방향이 중요한 이유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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