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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요금경쟁 제한적”…유보신고제로 요금인하 물꼬?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내 이동통신시장 환경이 경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마케팅경쟁 의존도는 높지만, 자발적인 요금경쟁은 약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유보신고제가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요금인가제를 폐기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정부에서는 유보신고제를 통해 자유경쟁체제를 확립하고, 요금인하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2019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소매시장은 경쟁이 미흡한 시장으로 평가를 받았다.

물론, 1위 사업자 SK텔레콤 점유율은 감소 추세다. 이는 알뜰폰 활성화 등 정책 효과에 따른 결과다. 그럼에도 KISDI는 여전히 1위 사업자 점유율과 1~2위 사업자 간 점유율 격차가 높고, 알뜰폰(MVNO)으로부터 경쟁압력은 낮은 편이라고 봤다. 신규 사업자 진입 가능성도 낮아 시장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말 기준 SK텔레콤 점유율(MVNO 별도 기준)은 소매 매출액 기준 45.4%다. 전년동기대비 0.5%p 줄었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0.8%p 감소한 41.6%이다. SK텔레콤 점유율은 자사망을 이용하면 알뜰폰을 포함할 경우 매출액 기준 46.7%, 가입자 수 기준 46.9%까지 상승한다. SK텔레콤 점유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2%p(가입자 수 기준), 2.1%p(매출액 기준) 많다. 1∼2위 가입자 점유율 격차는 17.5%p로 OECD 평균 12%p보다 5.5%p 더 높다.

KISDI는 “알뜰폰은 설비 미비로 통신3사 도매제공에 의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 설비기반 경쟁 개선이 제한적”이라며 “다른 서비스 대비 요금수준 만족도가 낮으며, 1위 사업자와 2‧3위 사업자 간 영업이익 격차가 여전히 커 투자‧요금인하 여력 등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경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영업이익은 KT 5.9배, LG유플러스 2.8배 수준이다.

요금수준 만족도는 ▲이동통신 57.8 ▲초고속인터넷 59.6 ▲유선전화 59.5다. 전년대비 이동통신 요금수준 상승을 체감한 응답자 비율은 38%에 달한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26.5%로 나타났다. 가입자유치 경쟁도 상승을 체감한 응답자 비율은 46.1%로, 초고속인터넷보다 11%p 많다. 요금경쟁보다 마케팅경쟁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1991년 도입된 통신요금인가제도가 폐지됐다. 요금인가제를 유보신고제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20대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을 출시할 때마다 정부 인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 신고로 대체할 수 있다.

요금인가제가 오히려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막고 통신사 담합까지 조장한다는 지적은 수차례 제기돼 왔다. 인가 대상자인 SK텔레콤이 정부에 요금제를 제출하면, 경쟁사에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을 설정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요금인가제를 없애,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유도하고 나아가 요금인하까지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유보신고제는 통신사가 요금제를 신고하면 정부에서 15일간 이를 심사할 수 있는 제도다. 이용자 피해 및 시장경쟁저해 요인을 발견할 경우, 요금제를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KISDI는 5G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소매 시장의 경쟁양상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향후 경쟁상황은 5G 전환에 대한 이동통신(MNO) 대응, MVNO 적응여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ISDI는 “MVNO 5G 시장 진출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발생한 인수합병(M&A)은 단기적으로 시장집중도를 소폭 증가시킨다”며 “동시에 MVNO 사업기반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어, MVNO 활성화 등 5G 환경에서의 이동통신 경쟁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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