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美中냉각①] TSMC-화웨이, 앞당겨진 결별…반도체 업계, 여파는?

윤상호
- 화웨이 위축, 메모리 업계 수요 위축 악재…TSMC 영업강화, 파운드리 경쟁심화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규제 강화 여파에 대해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통신장비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2위다. 화웨이가 무너질 경우 관련 생태계 혼란이 예상된다. 메모리반도체도, 위탁생산(파운드리)도 사정권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추가했다. 화웨이가 반도체를 설계해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SW)로 생산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시행일은 2020년 5월15일이다. 120일의 유예기간을 뒀다.

화웨이는 팹리스 업체인 하이실리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을 설계한다. 생산은 파운드리 업체를 이용한다. 미국 제재 강화는 파운드리 업체에게 화웨이와 미국 중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파운드리 라인에 미국 업체 장비와 SW를 쓰지 않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TSMC, 단기 실적 악화 불가피…中 SMIC, 화웨이 잡으면 내수업체 전락 ‘고심’=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TSMC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1위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02억달러 점유율은 54.1%다. 하이실리콘 물량 대부분은 TSMC가 소화했다. 화웨이와 거래 단절은 불가피하다.

TSMC 1분기 매출액 중 49%가 스마트폰에서 나왔다. 스마트폰 AP 1위 퀄컴도 TSMC 고객이다. 화웨이가 큰 손님이기는 하지만 다른 손님 모두를 잃어도 될 정도는 아니라는 뜻. TSMC는 2019년 기준 1만761종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했다. 세계 반도체 스타트업 시제품 85%를 만들었다. 화웨이와 함께 갈 경우 회사 존속이 위태롭다.

TSMC와 화웨이 결별은 다른 파운드리 업체에게 악재다. TSMC가 버린 화웨이 물량은 누구도 받기 쉽지 않다. TSMC와 마찬가지로 미국 등 타국 기업과 거래 중단을 감수해야 한다.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와 중국 파운드리 SMIC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MIC 역시 미국 장비와 SW를 쓴다.

◆TSMC 장기 전략, 삼성전자 프리미엄 고객 유치 ‘변수’=오히려 TSMC에게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TSMC에겐 화웨이 빈자리를 메울 고객이 필요하다. 지난 1분기 TSMC 영업이익률은 41.4%다. 기술력뿐 아니라 가격경쟁 여력이 충분하다. TSMC의 손길을 무시할 고객사는 몇 없다. 화웨이 프리미엄 시스템반도체 고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특히 삼성전자의 신규 고객 확보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일은 메모리반도체도 호재가 아니다. 시스템반도체가 없으면 제품 생산을 못한다. 메모리반도체 등 완제품에 들어갔던 부품 모두 판로가 없어진다.

스마트폰만 보면 화웨이는 작년 2억4050만대를 공급했다. 각각 램(RAM) 4기가바이트(GB) 저장공간 64GB라고 할 경우 D램은 935페타바이트(PB) 낸드플래시는 16엑사바이트(EB)를 탑재한다. 작년 화웨이는 삼성전자 5대 매출처 중 하나였다. SK하이닉스에게도 중요한 고객이다. 화웨이가 사가지 않은만큼 공급과잉으로 이어진다. 최근 반등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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