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진화하는 배달로봇 ‘딜리’를 만났습니다
[디지털데일리 김소영기자] “안녕하세요, 돌아온 큰집 막내 딜리예요!”
지난 5월 29일 찾아간 우아한형제들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본사. 회사 내에서 '딜리'를 호출할 위치정보가 담긴 QR코드가 꽂힌 1층 게시판에서 본 문구다.
여기서 ‘큰집’은 우아한형제들 본사 건물을 일컫고, 딜리는 우아한형제들 사내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의 애칭이다.
작년 10월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를 본사 건물 1층에 배치해 라이더가 음식을 1층까지만 배달하면 로봇이 주문자에게 최종적으로 배달하는 첫번째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5월, 다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딜리는 전보다 더 커지고, 빨라졌다. 일단 기존 대비 적재부가 2칸으로 늘어나고, 적재부가 200% 더 커졌다. 속도도 1.2m/s로 전보다 1.7배 빨라졌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완충 시 4시간에서 6시간으로 늘어났다.
실물로 보니 익살맞게 그려진 표정과 두 팔로 한아름 안을 수 있을 듯한 몸통, 딜리의 첫인상은 단연 ‘귀여움’이었다. 작년 12월 도입된 서빙 로봇이 칸칸이 쟁반으로 이뤄진 기계 느낌이던 것과는 다른 감성이었다.
◆ ‘다음에 탈게요’...만원 엘리베이터에서 양보하는 딜리
딜리는 우아한형제들 직원들과 함께 섞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렸다. 직원들도 딜리를 어색해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회사는 사내에서 딜리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5월 11일부터 첫 5일 동안에만 총 94건의 주문이 있었고 255잔의 음료가 배달됐다고 전했다.
딜리는 엘리베이터와 연동돼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호출하고 타고 내리며, 사전에 입력된 여러 이동경로를 활용해 주문자가 있는 곳까지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한다. 이날 윤정환 실내로봇배달팀 팀장은 만약 엘리베이터가 꽉 차있으면 딜리는 타지 않고 ‘다음에 탈게요’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엔 딜리가 엘리베이터 안에 탑승한 사람의 다리 수를 세는 원리가 숨어있다.
일각에선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불러서 타고 내리는 게 대수일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윤 팀장은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기술적인 면도 그렇지만,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에선 제3의 모듈로 엘리베이터를 조정하는 게 불법이기 때문이다. 윤 팀장은 이 때문에 “현대, 미쓰비시 같은 엘리베이터 제조사와 각각 프로토콜을 연동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했다.
8층에 올라와 본격적으로 이곳의 위치정보가 담긴 QR코드를 찍어봤다. 바로 배달의민족 앱으로 연동돼 메뉴를 고르고 주문할 수 있었다. 결제방식은 카드 결제만 가능했고 배민페이는 향후 도입 예정이다. 결제를 끝내자 배달의민족에서 배달주문을 할 때처럼 배달 예상 시간에 대한 메시지가 왔다.
윤 팀장은 "위치정보가 담긴 QR코드를 이용함으로써 사장님에겐 별도로 주문자 위치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선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래서일까, 사내에서 딜리를 이용한 재주문율이 40%에 육박하며 아직 시범 서비스 단계인 딜리에 대한 문의가 이미 30여개의 기업에서 왔다는 설명이다.
◆ 딜리가 오피스텔이나 호텔에 들어간다면?
윤 팀장은 "딜리가 오피스텔 같은 건물에서 상용화된다면 배달기사들이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물 1층에서 음식을 딜리에게 맡기면 다른 주문을 위해 움직일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향후 딜리의 활용범위가 넓어져 숙박업체 컨시어지 서비스를 수행하게 된다면 업체가 새로운 매출원을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미니바에서 한정된 품목을 제공하지만, 딜리를 쓰면 고객에게 더 많은 제품군을 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팀장은 “지금도 직원들이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딜리를 사용하고 있기때문에 시범 서비스라고 생각하면서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딜리가 현존 실내로봇 중 최고사양이라고 자부하면서도 향후 양방향 음성 대화 등 여러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을 밝혔다.
그 중 하나가 HRI, 이른바 ‘인간로봇상호작용’이다. 그는 “사람의 행동 양식이 로봇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최근엔 어떻게 하면 딜리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서게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곧 주문한 음료를 담은 딜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사람의 빠른 걸음 속도와 유사한 속도라지만 체감 상 조금 차분한 전동킥보드 같았다. 멈추라는 뜻으로 손을 내밀자 그대로 멈춰섰다. 모니터에 인증번호로 핸드폰번호 뒷자리를 입력하자 적재함이 열리고 음료가 보였다. 혹시 흐르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랩에 씌인 음료는 2.2cm의 턱까지 넘는다는 딜리 안에서 멀쩡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딜리에 탑재되는 앱 연동 서비스, 서버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날 윤 팀장은 “딜리타워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모아갈 것”이라며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에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기자>sor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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