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기업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역풍 맞나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코로나19에서 한 발짝 빗겨나 있었던 IT서비스기업들이 서서히 영향권안에 들어서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을 넘어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온택트’ 시대를 맞아 ICT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됐지만 실제 기업의 디지털 사업 수요 형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기업의 업무 형태는 물론 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기업은 이제 온택트 경제로의 전환을 맞고 있다.

지난 2년여 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속도를 내 왔다. 지난 2년 여간 기업의 화두였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최근 IT서비스기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디지털 전환 사업이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 사업은 사업 주기가 빠르다는 점에서 최근 몇 년 간 IT서비스 기업의 매출 증대를 견인해왔다. 일반적으로 IT서비스 구축 사업은 6개월에서 최장 2년이 넘어가는 개발 주기가 긴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매출 측면에서 대형 사업이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계약 이후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디지털 전환 사업은 빠르면 몇 주 안에도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된다. IT서비스기업 입장에선 매출 발생 주기가 짧아지는 장점이 있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사업은 시작과 동시에 매출이 발생하는 셈”이라며 “마이크로서비스 방식의 기능 개발로 바로바로 개발 및 오픈이 이뤄져 IT서비스 입장에선 현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소한 매출이 즉각적으로 다수 발생한다는 점에서 IT서비스기업들의 디지털 관련 사업 실적은 성장세를 달려왔다. 문제는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시장이 사라지거나 재편되면서 디지털 전환 사업의 우선순위를 놓고 기업들의 장고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업들의 디지털 사업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IT시스템은 백엔드 시스템, 즉 기업의 업무를 지원하고 관리와 운영을 맡는 시스템을 지칭했다. IT부서가 기업 내부에서 비용 소비 부서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IT부서가 비즈니스 조력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전환 사업은 IT부서에게 비즈니스 조력자가 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했다. 왜냐하면 기업의 디지털 사업은 철저히 매출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기 때문이다.

IT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시스템은 철저히 돈을 버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플랫폼’은 고객을 분석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즉각적으로 성과가 나오는 시스템이다. 콜센터 디지털화도 결국 직원을 줄이면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털 전환 사업은 기업 입장에선 비용을 줄이거나 돈을 벌수 있는 부분을 찾아 ‘핀셋’처럼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사업”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벌기 위한 시스템 구축의 전제는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인데 시장 자체가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 사업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기업의 디지털 전환 사업의 맥이 끊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서 이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보다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은 사내의 저항을 받을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비용을 줄인가는 것은 결국 구조조정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IT 서비스업계에서는 당분간 기업의 디지털 전환 사업이 조정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 IT시스템 구축이 예정된 일정대로 추진되는 경향이 강해 전체적인 매출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디지털 사업은 순간순간 기업의 판단을 통해 예정 사업이 취소되는 경향이 있어 IT서비스기업의 매출 계획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1분기 호실적을 낸 기업들이 이후에는 보수적인 매출 계획을 잡은 것도 기업의 이러한 디지털 사업 추세를 반영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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