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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홍보영상은 재미없다?”…MZ세대 위한 온라인 콘텐츠 변신

이안나

- 유튜버·B급 감성 등 활용해 2030세대 주목 끌기 시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기업들이 제작하는 온라인 콘텐츠가 다변화되고 있다. 떠오르는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은 기존 형식들을 깨고 있다. 유명 광고모델을 쓰거나 숫자를 사용한 외형적 성장, 제품 소개만으론 주목 끌지 못한다. 1인 방송·B급 감성·자율감각쾌락반응(ASMR) 등 MZ세대 취향이 반영된 콘텐츠로 새로운 ‘정체성’을 반영한다.

12일 LG전자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용 기업 홍보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별도 직원을 모집했다. 유튜브·홈페이지 제작 경험을 우대사항으로 걸었다. 젊은 세대 감각으로 영상을 기획·편집하기 위해서다. 뷰티 크리에이터 ‘에이엘’은 현재 LG전자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 ‘LG전자 홍보팀 막내’로 활동 중이다.

LG전자 스마트폰 ‘벨벳’ 관련 콘텐츠를 제작했다. ‘72초 PR’과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패션)’ 등 MZ세대 눈길을 끌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한강공원으로 나가 즉석으로 젊은층 사람들에게 벨벳 첫인상을 묻기도 한다. 벨벳 특징을 설명하는 콘텐츠는 이미 흔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관점·형식으로 업로드된 영상 3편은 모두 조회 수 1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온라인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MZ세대 공략을 위해 시도한 것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 만들어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상상력을 가미한 참신한 광고 영상을 제작해 기업간거래(B2B) 기업에도 불구 대중과 부쩍 가까운 기업이 됐다. 2018년 반도체를 의인화한 소재 광고 ‘졸업·수출 편’에 이어 지난해엔 반도체를 지역 특산품과 연결한 광고가 연타로 주목받았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각각 조회수 30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참신한 상상력과 광고 속 속 스토리가 취업준비생들 포함한 젊은 층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양한 기업들이 MZ세대 주목을 끌기 위한 콘텐츠를 시도하지만 이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특히 기업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그 자체로 사무적인 느낌을 준다. 공식 계정인만큼 ‘파격적인’ 내용을 담긴 어렵다. 정제된 언어와 표현 방식을 사용한다. 친근하고 재밌는 영상을 찾는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채널에 찾아오는 일은 드물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통기업들 사이에선 별도 계정을 만들어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식품기업 빙그레는 유머코드를 담은 B급 감성을 위해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캐릭터를 만들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화자가 탄생했다. 2월 개설된 채널 구독자 수는 현재 13만명을 넘어섰다. ‘빙그레 왕국’ 왕위 계승자라는 콘셉트다. 순정만화 남자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온몸을 치장하고 있는건 ‘바나나맛우유’ 왕관, ‘빵또아’ 바지, ‘엑설런트’ 바지, ‘끌레도르’ 구두 등이다. 짧은 만화 내용은 간접광고(PPL) 형식이지만 2030세대가 거부감 없이 콘텐츠를 소비한다.

화장품기업 아모레퍼시픽은 ‘뷰티포인트’라는 채널을 별도 개설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콘텐츠 형식을 만들고 있다. 립스틱과 파우더, 아이섀도 등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녹이고 부수는 장면을 ASMR 형식으로 제공한다. 영상 수는 9개 정도로 많지 않지만 구독자 약 40만명, 누적 조회수 2942만 뷰에 달한다. 한 시간이 넘어가는 ASMR 영상도 165만 뷰다. 브랜드 이름이나 제품에 대한 설명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화장품이 망가지는 장면을 보며 시각적·청각적 재미는 물론 제품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주목을 끌기 위한 과감한 시도를 하면서도 공식 계정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채널이 다양해지면 기업 공식 입장으로서 말하고 싶은 내용이 분산되는 영향도 있다”며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목소리를 분명히 낼 수 있는 채널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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