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어차피 애플은 TSMC"…삼성, 아이폰 AP 수주 '난항'

김도현

- 화웨이에 등 돌린 TSMC, 美와 동맹 과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전자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의 대형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다. 애플이 TSMC와의 ‘밀월’을 이어가는 탓이다. TSMC가 사실상 미국 편에 서면서, 양사 관계는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내년 하반기 출시예정인 아이폰13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5’ 생산을 독점할 예정이다. 기회를 노리던 삼성전자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다시 TSMC에 AP 양산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손잡기보다는 솔 벤더(단일공급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라며 “TSMC는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화웨이의 신규 수주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애플, 퀄컴, AMD 등 미국 업체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아이폰 AP는 TSMC와 삼성전자가 나눠 생산했지만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당시 TSMC는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를 앞세워, 2020년까지 아이폰 AP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기술은 웨이퍼 단위로 칩을 패키징하고, 입출력(I/O)단자를 바깥으로 빼 I/O를 늘린다. 인쇄회로기판(PCB)이 필요 없고, 공정 횟수도 단축해 원가절감에 유리하다.

해당 계약으로 올해 하반기에 판매될 아이폰12 AP도 TSMC가 만들고 있다. TSMC는 ‘A14’에 5나노미터(nm) 공정을 도입했다. 오는 2022년 양산할 ‘A16’에는 3나노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물량을 따내기 위해 삼성전기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PLP는 WLP와 달리 사각형 패널을 활용해 패키징한다. 300mm 웨이퍼보다 생산성이 높다. 삼성전기는 FO-PLP 상용화에 성공했고, 지난 2018년 갤럭시워치 AP에 적용하기도 했다. 현재는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가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7나노 이하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정도다. 두 회사 간 기술력 차이는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패키징은 TSMC가 여전히 우세하다는 평가다. 이번 결과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순수 파운드리가 아닌 만큼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퀄컴, 애플 등이 생산을 맡기기 주저하는 이유”라면서도 “파운드리가 양강체제로 굳히면서 TSMC 외 대안은 삼성전자뿐이다. 패키징 기술력을 갖추고, 고객사와의 신뢰를 쌓는다면 수주 물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2020년 2분기 매출액 101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점유율 51.5%로 압도적인 1위다. 2위 삼성전자는 매출액 36억7800만달러, 점유율 18.8%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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