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사고/위협동향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中 기업들··· 약점은 ‘국가 신뢰도’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거세다. 여타 국가를 넘어 미국마저 위협하는 상황. 이에 미국이 제동을 걸었다. 중국 기업들의 제품,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중국 기업이 떨어지는 성능을 싼 가격으로 만회한다는 것은 옛말이다. ‘가격대비성능(가성비)’는 중국 기업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지만 가성비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특히 최첨단 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분야서 중국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국보다도 훨씬 앞섰다.

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기준 AI 특허 등록 합계 1351건으로 세계 1위다.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등은 미국이 1위지만 인간의 시각이 하는 일을 AI가 대신하는 ‘컴퓨터비전’ 분야서는 미국을 제쳤다. AI 시장 규모 면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나 기술을 갖춘 중국이 이를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중국 기업은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뻗쳐나갔다. 미국 시장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바이트댄스의 짧은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은 중국 내 젊은 층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앱 중 하나가 됐다. 위챗을 서비스하며 라이엇게임즈, 슈퍼셀, 에픽게임즈 세계 선두권의 게임 기업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텐센트도 있다.
2018년 기준 AI 수준 비교. /NIA 자료
2018년 기준 AI 수준 비교. /NIA 자료

이런 중국 기업의 위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칼을 빼들었다. 지난 8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트댄스, 텐센트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미국 내 중국 기업들을 퇴출하겠다고 나선 것.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행보에 “시장경제 원칙과 자유무역 준칙에 위반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보기술(IT) 업계서도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며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다수 제기된다.

그럼에도 여론이 중국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 시장은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면서 해외 수출로만 이득을 본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중국이라는 국가가 가진 국가 신뢰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의 ‘국가정보법’, ‘반간첩법’, ‘반테러법’ 등은 미국이 중국 기업을 퇴출하는 데 명분을 줬다.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중국의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의 정보 작업에 지원·협조·협력해야 한하며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또 중국은 2015년부터 기업 내에 공산당 위원회를 설치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도 당위원회 설치를 요구받는다. 2017년 기준 중국 전체 민간기업의 67.9%에 당위원회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도 당위원회 설치를 요구받는다.

여느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통제다. 한국의 경우 ‘테러방지법’이나 ‘감염병예방법’ 등에 의해 일부 정보수집이 가능하지만 대상이나 범위가 한정적이다. 그마저도 최근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집회를 막는 것에도 반발할 만큼 자유,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하는 서방국가는 중국의 제도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침해로 퇴출 위기에 처한 틱톡이나 위챗이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겨줬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기업의 의지에 상관없이 정보를 제공해야만 하는 제도가 있는 이상 만족할만한 개인정보보호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기업 의지가 아닌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명확한 사례가 아닌 ‘중국 정부가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작으로 불거진 논란이다. 하지만 최근 제정된 홍콩 국가보안법, 또 이를 이용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릴 내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는 중국의 모습은 법 악용에 대한 불안을 부추긴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발판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국가 신뢰도에 발목을 잡혔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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