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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통신장비 안써요”…새마을금고, 900억대 전용회선사업서 국산 배제 논란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전용회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국내 통신장비 사업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입찰에 참여하는 통신사들에게 전송장비는 노키아지멘스를, 네트워크 장비로는 주니퍼 네트웍스 제품을 지정해 제안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LG유플러스와의 단가계약을 통해 전용회선을 공급받고 있다. 이달말 계약이 만료된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전용회선 사업자 재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용회선의 이중화, 10G급 전용망 구성, 2015년에 설치한 전송장비 및 통신장비 교체 등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KT 아현화재를 계기로 사업자는 두곳을 선정해 이중화할 계획이다. 사업기간은 7년이다. 통신사가 망을 구축하면 7년간 회선이용 및 유지보수 비용을 받는 구조다. 사업규모도 만만치 않다. 연간 사업예산은 약 132억원이다. 7년이면 900억원을 훌쩍 넘기는 규모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광다중화장비(MSPP), L3스위치, 라우터 등 통신장비 교체다. 전송망,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 해당 사업 경험이 있는 국산장비 업체들이 있지만 원천적으로 배제됐다. 새마을금고는 21일 제안설명회를 하고 23일 가격평가 및 협상적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고객사가 장비 브랜드를 정해주면 오히려 일이 수월하다고 한다. 고객사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인데 아예 고객사가 특정 제품을 지정해주면 제품 구성을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사업자 지정은 공정경쟁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가격경쟁 등에서도 득될 것이 없다. 로비 등 불필요한 억측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사업은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5년전 사업을 수주할 것으로 확실시 되던 KT의 경우 대부분 장비를 알카텔루슨트 등 외산을 제안했고 LG유플러스는 100% 국산장비를, SK텔레콤도 90% 이상을 국산 장비를 제안했다.

금융업 특성상 보안성과 안정성이 우선시 되는 만큼,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은 외산장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국산장비 품질도 상당 수준인데다 상생, 동반성장 측면에서 참여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당시 K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가격 및 기술협상 과정에서 결렬됐고 100% 국산장비를 제안한 LG유플러스가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며 사업을 가져갔다.

통신사 관계자는 “고객사가 특정 장비를 지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중에 공정성 등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장비를 정해주면 오히려 좋은 부분이 있지만 다른 장비 업체들의 경우 사업 참여기회조차 박탈당하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및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행안부 소관기관인 새마을금고가 국내 기업의 참여를 원천배제해 동반성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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