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사고/위협동향

일반인도 15분이면 뚫는 공공기관 앱·웹··· “소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의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의 보안 취약점이 지적됐다. 면책특권이 있는 김영배 의원이 직접 해킹 장면을 시연했다. 비전문가도 손쉽게 웹사이트와 앱을 위변조할 수 있었다.

이는 기초적인 보안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웹사이트는 HTTPS를, 앱은 난독화를 미적용했다.

하이퍼 텍스트 전송 프로토콜(HTTP)은 이용자가 웹브라우저에서 웹 서버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규약이다. 이용자가 HTTP를 통해 인터넷주소(URL)을 입력함으로써 웹브라우저와 서버가 정보를 주고받는 형태로 구동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오가는 정보가 암호화돼 있지 않다는 부분이다. 공격자가 해당 취약점을 노린다면 서비스 이용자가 행위나 입력하는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이에 전송보안계층(TLS)으로 보안을 강화한 HTTPS의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HTTP를 통해 전송되는 정보를 암호화함으로써 정보유출 및 중간자 공격을 예방한다. HTTPS가 지원되는 사이트를 HTTP로 접속 시 웹 브라우저 차원에서 HTTPS로 강제 전환하는 HSTS라는 기술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 공공기관 홈페이지 1280여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폐쇄한 69개를 제외한 1211개 웹사이트 중 585곳이 HTTPS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지적된 청와대 홈페이지의 HTTPS 미적용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지적된 청와대 홈페이지의 HTTPS 미적용

이같은 지적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박선숙 의원(당시 바른미래당)은 청와대, 기재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등 행정기관의 HTTPS 미적용을 꼬집었다.

당시에도 ‘아직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받았는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절반에 가까운 공공기관 웹사이트에 적용되지 않은 것은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 외에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허술함은 앱으로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누적 다운로드 횟수 8만 이상의 정부·지자체 앱 16개의 난독화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절반은 난독화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난독화가 되지 않은 앱은 ▲보건복지부 ‘임신육아종합포털(아이사랑 모바일)’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 모바일’ ▲서울특별시 ‘따릉이’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공단_모바일앱’ ▲국토교통부 ‘LH청약센터_모바일’ ▲산업통상자원부 ‘스마트한전’ ▲관세청 ‘모바일 관세청’ ▲행정안전부 ‘1365자원봉사알리미’ 등 8개다.

난독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앱의 경우 소스를 들여다볼 수 있고, 또 이를 수정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은 해당 앱을 실행할 경우 별도의 안내 문구가 뜨도록 한 해킹 장면을 시연했다. 일반인도 구글 검색을 통해 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15분 만에 공공기관 앱이 해킹된 것.

이를 악용할 경우 팝업창을 가장한 피싱 사이트 접속을 유도할 수 있다. 가짜뉴스 배포도 가능하다. 따릉이 앱을 켤 때마다 ‘따릉이 이용료를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합니다’ 따위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보안기업 스틸리언은 “앱에 대한 분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앱 내부의 코드 분석이 용이해지고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앱의 경우 디컴파일(Decompile)이 잘되는 편이라 거의 원본 소스코드 수준으로 확인 가능하다”며 “난독화는 공격자가 분석하기 어렵도록 해 어느 정도의 장벽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김 의원의 지적에 오는 10월 말까지 모든 공공기관 홈페이지 3만여개를 전수조사해 HTTPS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부 발급 인증서 구축 계획(HTTPS-ONLY)을 발표했다.

한 보안 전문가는 “보안의 기본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취약점을 발견해 이를 공격하고, 다시 이를 보완하는 보안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문제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행위”라며 “허술한 보안(HTTP, 난독화 미적용)으로 그동안 얼마큼의 소를 잃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하루빨리 튼튼한 외양간으로 고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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