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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게임물관리위보다 무서운 구글

이대호
아이들프린세스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주소로 접속하면 ‘요청한 URL을 서버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아이들프린세스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주소로 접속하면 ‘요청한 URL을 서버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이달 초 모바일게임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중소 개발사 아이앤브이게임즈의 ‘아이들프린세스’ 얘기다. 이용자(아빠)가 정령의 딸을 대신 키우는 육성 게임으로 이 같은 관계 설정에서 딸 캐릭터가 ‘내 팬티가 그렇게 보고 싶은 거야?’, ‘만지고 싶어?’ 등의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당초 아이들프린세스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앱마켓 사업자의 자체 심의를 거쳐 15세 이용가로 서비스됐다. 외부 지적 이후 아이앤브이게임즈는 콘텐츠 수정조치를 거쳤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권등급재분류를 통해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을 매겼다.

이후 논란이 매듭된 줄 알았으나, 이번엔 게임이 앱마켓에서 사라졌다. 21일 아이앤브이게임즈가 구글로부터 앱 정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앱 정지에 대한 별도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구글을 포함한 앱마켓 사업자들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게임물에 대해선 배포 중단 등 조치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애플 앱스토어와 원스토어에선 수정된 콘텐츠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은 여전히 게임위가 심의를 맡고 있다. 예전 관 주도의 사전심의 시절부터 지금의 민간 자율심의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노하우를 축적 중이다. 게임위가 아이들프린세스의 수정된 콘텐츠를 놓고 심의 반려 없이 ‘청소년 이용불가’로 판단했다면, 성인 대상으론 충분히 서비스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이앤브이게임즈는 구글이라는 허들을 넘지 못했다. 소규모 게임업체라면 앱 정지는 사실상 폐업 통보나 다름없다. 국내 앱마켓이나 게임위가 이같이 조치했다면 소송이라도 걸겠지만, 글로벌 사업자인 구글을 상대로 덤빌 사업자가 있을까. 감히 덤비지 말아야 이유도 들린다.

게임물 심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글플레이 내부에 블랙리스트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리스트에 오르면 게임 앱을 서비스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상황을 진단했다.

구글플레이 내 눈에 잘 띄는 피처드(배너)에 한 번이라도 자사 게임이 걸리길 바라는 사업자들이 앱마켓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는 행위를 하긴 쉽지 않다. 소송을 결단해도 할 일이 많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대로 앱 매출이 잡히는 구글플레이 주체는 싱가포르 법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간통신처럼 구글플레이를 ‘필수설비’로 보자는 얘기가 나온다. 모바일 앱 시장의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구글은 모바일 앱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존재가 됐다. 지금처럼 구글플레이를 불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앱 정지 처분을 내려도 개발사는 가슴앓이밖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돈을 번 곳에 내야 할 세금을 빼돌리는 조세회피 근절과 함께 불투명한 앱마켓 운영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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