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논란, 강행보다 대화가 먼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위법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서울시가 다음달 1일부터 자체 공공와이파이 ‘까치온’ 시범서비스를 강행키로 하자, 정부가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지자체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해결은 커녕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모습이다.

일단 논란의 배경을 살펴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전기통신사업법상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과기정통부 주장대로 현행법은 명확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7조는 지방자치단체가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명시했고, 제65조는 자가망으로 타 통신을 매개하거나 목적 외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기간통신사업자가 될 수도, 자가망을 통해 와이파이 사업을 할 수도 없다.

그럼 서울시는 왜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고집하는 걸까. 서울시 입장은 이렇다. 공공와이파이는 공익서비스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예외사항이 될 수 있다는 것. 서울시가 주장하는 법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5항과 스마트도시법 제42조 정도로 보여진다. 전자는 ‘공공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예외로 명시하고 있고, 후자 또한 지자체 행정기관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가망을 쓸 수 있고 목적 외 사용도 가능하도록 특례조항으로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서울시가 내세우는 명분과 근거는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5항이 공공이익에 필요한 경우를 예외로 치긴 했지만, 실제 이를 위임한 대통령령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즉, 예외조항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스마트도시법을 적용하기도 애매하다. 이 법이 규정하는 국가시범도시는 부산광역시와 세종시 정도인 데다, 공공기관 내부가 아닌 외부 일반대중을 상대로 한 와이파이 서비스는 법에서 지목하는 특례로 보기 어렵다.

서울시도 이 점을 알고는 있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과 공공와이파이법 제정을 건의한 것일 테다. 서울시 주장대로 자체 공공와이파이 사업이 현행법상 합법이라면 굳이 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려고 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법 제·개정 논의가 채 이뤄지기도 전에 서울시가 시범서비스를 강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공공와이파이 사업추진 문제로 이미 1년 가까이 과기정통부와 논의해왔고 최근까지 실무협의체를 꾸려 대화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별다른 통보 없이 당장 다음달부터 시범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하면서 과기정통부와도 완전히 틀어지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서울시가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즉각 사용정지 명령과 관계자 형사고발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사실 서울시가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할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기정통부는 서울시가 직접 자가망을 사용하지 않고 통신사업자에 임대해 공공와이파이를 서비스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통신사에 맡기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면 따로 공기업이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와이파이 사업을 놓고 감정싸움에 가까운 대립을 벌이는 것이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서울시민이 시 어디서나 쾌적하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서울시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일방통행식 처사보다는 대화와 협의가 먼저다. 현재 남아 있는 실무협의체 이상으로 고위급 책임자들의 전향적인 논의도 필요해보인다.

서울시와 과기정통부 모두 일말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시범서비스 개시까지 나흘남짓 시간이 남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해야 하지 않을까.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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