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SKT, 2030년에도 AI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을까

윤상호
- AI 1등, AI 반도체 상용화 보다 솔루션 생태계 육성 중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SK텔레콤이 지난 25일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발표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사피온 X220’이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라고 했다. 정부도 대통령까지 나서 AI 반도체 1등 초석을 놓았다고 강조했다. 연내 ‘AI 데이터 가공 바우처 사업’과 ‘모바일엣지컴퓨팅(MEG) 기반 5세대(5G) 공공부문 선도적용 사업’을 통해 상용화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SK텔레콤과 SK텔레콤 관계사가 상용화 한다.

AI 반도체는 세계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한발 앞선 상태다. ‘학습’과 ‘추론’을 모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NPU 등은 학습 또는 추론에 특화해 GPU 대비 비용 절감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운다. 기업(B2B) 거래다. 사양과 지원책 등이 중요하다. B2B 거래는 최신 기술이라고 상대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안정성과 신뢰성을 우선으로 한다. 안정성과 신뢰성은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AI 반도체만 개발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피온 X220 사양은 초당 6700장 이미지 처리와 전력 소모량 60와트(W)이 공개한 전부다. 왜 일까. 속도는 100테라플롭스(TFLOPS, 초당 1조번 연산)다. 28나노미터 공정으로 TSMC가 제조한다. 최고 성능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AI 반도체를 교체하면 소프트웨어(SW) 등 관련 솔루션을 재정비해야 한다. 개발자는 공통 소스를 쓰기도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제조사와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한다. AI 반도체만 싸고 전기를 덜 먹어서는 부족하다. 생태계 전체가 변해야 한다.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체제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발표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었다. 정부와 SK텔레콤 등을 고객사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SK텔레콤과 정부가 설득해야 할 대상은 일반인이 아닌 AI 업계다.

물론 첫 결과물을 예쁘게 포장하고 싶은 SK텔레콤과 정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말만 앞서 일을 그르친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 AI 반도체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30년에도 SK텔레콤은 AI 반도체 사업을 하고 정부도 관심을 유지하고 있기를 기대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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