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유리천장을 뚫는 통신업계 여성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통신3사는 융합산업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한 탈통신 전략에 힘을 주면서 여성 인재를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 등 기업 미래 먹거리 기반이 되는 핵심 요직에 전진 배치했다. 이와 관련 통신3사는 ‘여풍(女風)’을 기대하게 하는 2021년 임원인사‧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대표적인 IT기업인 통신사는 그동안 비통신분야보다 내수 기반 기간통신사업자 역할과 매출 비중이 컸던 만큼 남성 중심 기업으로 편성돼 왔다. 지난달 통신3사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임원 수와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 비율은 ▲SK텔레콤 등기임원 1명‧미등기 4명, 7.2% ▲KT 등기임원 1명‧미등기 9명, 9.2% ▲LG유플러스 6명, 8.8%로 모두 한 자릿수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3사는 성과주의에 입각해 여성임원 비중을 늘려 주요 보직에 중용했다. 현재 통신사는 ‘텔레콤’ 옷을 벗고 서비스‧플랫폼 중심 정보통신기술(ICT) 종합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도기에 서 있는 만큼, 창의성 등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인재를 품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여성인재에 대한 장벽도 일부 낮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T, AI 이현아-MR 전진수…최연소 여성임원 최소정=‘AI 빅테크’ 기업을 선언한 SK텔레콤은 AI 서비스 개발 컨트롤타워에 이현아 AI서비스단장을 앉혔다. SK텔레콤은 SK ICT패밀리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AI를 도입하고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는 복안을 내세우며, AI서비스단을 ’AI&CO(Company)‘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이현아 단장을 수장으로 세웠다.
이 단장은 SK텔레콤 AI 서비스 ’누구(NUGU)’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단장은 누구 AI스피커 기능 고도화, 활용도를 높이며 AI 기반 플랫폼을 정립했다. 누구 케어콜, 인포콜, 셀럽, T전화‧T맵 연동 등을 이뤄냈다. 누구 컨퍼런스 등을 통해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AI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5G와 AI 기술을 활용한 ‘미더스(MeetUs)’ 기반 양방향 원격수업 서비스 출시에도 기여했다.
앞서, 이 단장은 199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입사한 후 2006년부터 약 10년간 네이버에서 근무했으며 2016년 10월 SK플래닛 기술전문임원으로 영입됐다. 이듬해 SK텔레콤으로 이동해 AI기술2본부장, AI기술유닛장, AI서비스플랫폼단장, AI서비스단장 등을 거치며 자타공인 AI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전진수 5GX서비스사업본부장은 SK텔레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과 같은 실감미디어를 책임지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전진수 본부장은 MR서비스CO장으로 임명됐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책임연구원 출신인 전 본부장은 SK텔레콤 ICT기술원 미디어랩장을 역임한 후, 5GX서비스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지난해 3월 프로야구 개막 당시 5G 시대를 알리는 증강현실(AR) 퍼포먼스도 전 본부장의 작품이다. 이때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경기장 지붕과 관중석 위를 날아다니는 SK와이번스 상징 ‘비룡’을 AR로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이후 전 본부장은 5G 기반의 점프AR, 점프VR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해 왔다. 점프스튜디오 구축을 통한 5G 실감 미디어 콘텐츠 제작 기반도 확립했다.
최소정 모바일스트리밍담당 겸 드림어스컴퍼니 전략그룹장은 이번 SK그룹 임원 승진인사 대상자 중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1982년생 최연소 여성임원인 최소정 그룹장은 2006년 SK텔레콤에 입사해 2018년 뮤직전략팀장을 거쳐 구독미디어를 담당해 왔다. 최 그룹장은 플로와 웨이브, V컬러링과 같은 모바일 음원 및 영상콘텐츠 구독형 서비스 정립에 크게 기여했다.
SK텔레콤은 2021년 임원인사에서 10명의 임원을 새롭게 임명하고, 이중 2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SK그룹 내에서도 여성리더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KT, 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에 앞장선 여성임원 3인방=KT는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3명의 여성을 새롭게 임원(상무)으로 선임했다. 전년에는 여성임원 승진자가 1명에 불과했다. 이에 KT여성임원 비율은 10.3%로 통신3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가 됐다.
KT는 디지털플랫폼기업을 선언했다. 기반은 ABC(AI, 빅데이터, 클라우드)다. 이러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김채희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을 전략기획실장으로 선임했다. 이 자리는 KT그룹 전략을 총괄한다. 김채희 실장에게 ABC 사업 추진 컨트롤타워를 맡겨 KT AI 사업 영역을 넓히도록 한 것이다.
AI 전문가 김 실장은 ‘기가지니’를 비롯한 KT AI 및 디지털전환 전략을 주도해 왔다. 기가지니는 2017년 서비스 도입 3년만에 250만 이상 가입자를 확보하고 아파트, 호텔, 자동차, 고객센터, 로봇, 식음료, 제조, 물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산학연이 참여한 AI 원팀에 조력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감시자 역할에도 AI를 도입하는 방향을 세웠다. 앞서, 김 실장은 KT에서 경영기획부문 재무실‧전략기획실, 마케팅부문 AI사업단장,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옥경화 IT전략본부장은 1992년 KT에 입사해 KTF, KT스마트에코본부를 거쳐 2013년 KT IT기획실로 자리를 옮겨 인증과금플랫폼담당, IT전략기획담당, 소프트웨어개발단장을 차례로 지냈다. 옥경화 본부장은 KT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는 서비스 개발을 책임져 왔다. 이와 관련 옥 본부장은 기가지니 소비자(B2C)‧기업(B2B)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물인터넷(IoT) 스마트-X 계열 솔루션 서비스에 주력했다. 리얼350, e스포츠라이브 등 5G 서비스 등도 상용화했다.
이미희 클라우드/DX사업본부장은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들어간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KT는 클라우드 사업자로서 클라우드와 IDC, 네트워크 통합 서비스를 개발하고 산업별 특화 맞춤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희 본부장 공이 크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클라우드∙IDC와 각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한 번에 연결해주는 ‘커넥트 허브’를 개발, 서비스 제공에 최소 사흘이 걸렸던 부분을 전국 어디에서든 고객 맞춤형으로 2시간 만에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업체 데이터센터와 KT 클라우드를 필요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도 내놓았다. 이 본부장은 플랫폼IT서비스단 IT서비스혁신담당, 경영IT서비스단 고객IT서비스담당 등을 역임한 바 있다.
◆LGU+, 고객접점 ‘여성인재’ 등용=LG유플러스는 고객경험 혁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과 접점에 놓인 조직의 수장에 여성인재를 기용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LG유플러스는 여명희 경영기획담당과 함께 김새라 마케팅그룹장을 전무로 승진했다.
김 그룹장은 ‘일상로5G길’에 이어 MZ(밀레니얼+Z세대)세대를 공략하는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고 체험하는 공간을 넘어, 고객이 먼저 찾아올 수 있도록 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추진했다. 또한, 마케팅 전담조직인 마케팅그룹을 이끌며 구글 등 대형 해외 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5G 서비스와 요금상품을 출시하는 기반을 다졌다는 내부 평가를 받았다.
LG유플러스 임원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상무로 승진한 고은정 씨에스원파트너 대표다. 고은정 대표는 1998년 LG텔레콤 부산 고객세터 상담사 공채 1기 출신이다. 첫 상담사 출신 임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 대표는 2018년 아인텔레서비스 대표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씨에스원파트너 대표를 맡았다. 2014년 고객센터에 심리상담실을 설치하고, 2017년 악성고객에 자동응답시스템으로 경고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현장 상담사들의 업무상 어려움을 개선했다.
여명희 경영기획담당은 비용절감을 주도해 경영효율화를 꾀했다. LG유플러스는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를 가능케 한 이유 중 하나는 비용 절감이다. 여 담당은 꼼꼼한 성격과 함께 여장부다운 면모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