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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톡] 통신3사 조직개편 끝, 남은 숙제…성장성 입증→기업가치 제고→주가↑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3사가 지난 11일 KT를 마지막으로 2021년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발표를 마무리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 ‘통신’ 옷을 벗고 ‘성장산업’이라는 새 옷을 입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통신사에서 플랫폼,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신3사는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고, 정체된 주가를 부양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과 5G 품질논란 속에서 통신3사는 올해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오히려 연초대비 역성장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11월말까지 코스피는 19.6% 상승했으나, 통신업지수는 6.7% 하락했다. 이 기간 주가 변동률은 연간 기준(IBK투자증권) ▲SK텔레콤 1.5% 증가 ▲KT 9.2% 감소 ▲LG유플러스 13.4% 감소했다. 통신3사는 디지털뉴딜 핵심 인프라인 5G를 책임질뿐 아니라 경기방어주에 속하지만, 성장성을 외면받으며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다. 통신3사는 이동통신뿐 아니라 미디어, 인공지능(AI), 융합산업 등 신성장 사업에 주력하고 관련해 인수합병(M&A), 전략적투자를 전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등도 현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언급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시사해 왔다. SK텔레콤과 KT 경영진은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고, LG유플러스는 배당금 증가를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통신3사는 내년엔 성장성을 입증하고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우선, 사명변경을 추진하는 SK텔레콤은 ‘AI 빅테크’ 기업을 선언하며, 중간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놓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SK텔레콤은 탈통신 전략을 줄곧 강조하면서, 글로벌 대형 기업들과 초협력, 과감한 M&A, 사업분사 등을 진행하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줬다.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밝혔다. SK텔레콤은 업종 내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물적분할을 택할 경우, SK하이닉스 지분확보를 위해 필요한 실탄은 7조원이 넘는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처음으로 기업공개(IPO)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MS‧아마존‧우버 등 글로벌기업 협력, 해외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코퍼레이트센터’ 산하에 기업공개(IPO) 추진담당을 신설했다. SK텔레콤은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웨이브에 이어 우버가 투자한 티맵모빌리티에 이르기까지 IPO를 예고해 왔다. IPO 추진담당이 신설된 만큼, 추가적인 상장 대상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려면, 기업가치를 키우고 자회사 상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0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초 올해 목표를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원년으로 밝힌 바 있다. 무선(MNO)사업은 턴어라운드했고, 미디어‧보안‧커머스 뉴ICT 사업은 영업이익 1000억원을 처음으로 넘었다”며 “올해 기업가치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면, 내년부터는 기업가치 상승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KT는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디지코)’을 공식화하고, 탈통신전략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KT는 기업(B2B), AI‧디지털전환(DX)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KT는 올해 11월 선보인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KT Enterprise)’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존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재편했다. KT가 디지털 플랫폼기업 변신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AI/DX융합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산하에 KT랩스를 새로 마련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개척자 역할을 맡는다. 혁신사업을 주도한 미래가치TF는 미래가치추진실로 격상, 최고경영자(CEO) 직속조직으로 편제됐다. KT AI사업 영역을 넓힌 김채희 상무를 전략기획실장으로 중용, ABC(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컨트롤타워를 맡겼다.

또, KT는 3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에 이어 배당 확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빅딜도 예고했다. 케이블TV뿐 아니라 성장산업에서 추가 M&A를 계획하고, 지분교환 및 전략적 제휴도 진행한다. 최근 KT는 KTH와 KT엠하우스 합병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회사 분사 후 상장하는 방식도 준비 중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KT 내부에서 M&A 전문가로 커왔다. 내년에 몇 가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자회사 분사 후 상장하는 방식은 KT도 준비하고 있다”며 “주가에 기업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점은 제일 큰 고민이다. KT 내부에 8~20%씩 성장하는 비통신분야 사업이 있다. 2025년 매출 20조원 목표 중 비통신분야가 50%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사를 통해 CEO 교체가 이뤄졌다. 내부에서 첫 등용된 황현식 대표는 내년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선택과 집중, 비용절감 노력을 병행해 4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주가는 통신3사 중 가장 정체돼 있다. 박스권을 벗어나 주주가치를 높이려면, 시장에 성장성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이번 조직개편에 황 대표는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고 수익성 중심 사업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 헬스, 보안, 교육, 광고, 콘텐츠, 데이터 사업 등 산재된 사업 조직을 모아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한다. 이는 기존 사업에서 별도 독립, 각 신사업 분야가 전문성을 한층 강화하여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견실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한 조치다. 황 대표는 신설된 신규사업추진부문장을 겸임한다. CEO가 신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비통신분야 성장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국내외 경제가 크게 위축돼 주식시장에서 경기방어주가 부각될 상황임에도,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며 실적까지 개선되는 통신주는 그렇지 않았다. 언택트 관련주와 그린뉴딜 등 정책 수혜주가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더 소외됐다”며 “수익이 개선되더라도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통신사업 한계가 투자자 관심을 이끌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통신3사 사업구조 변화가 저평가를 해소하게 될 계기가 되며, 변화의 폭이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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