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3년전, IBM 출신 대거 영입했던 BNK금융…과연 원했던 혁신은 이뤘을까

박기록
3년간 BNK금융 'D-IT그룹' 조직 이끌어온 박훈기 부사장 퇴진
외부 전문가그룹이 주도한 혁신 성과 놓고 엇갈린 견해
BNK그룹의 독특한 'D-IT그룹' 직제, 보완 필요성도 일각 제기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24일 BNK금융지주사는 2021년 경영진(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금융IT업계의 주목받은 것은 BNK금융의 ‘D-IT그룹장’을 맡아왔던 박훈기 부사장의 퇴임이다. 그리고 박 부사장의 자리는 최우형 경남은행 부행장이 맡게 됐다. 다만 BNK금융지주사 ‘D-IT그룹장’의 직위를 기존 부사장에서 다시 전무급으로 한단계 내렸다.

바통을 터치한 두 사람은 모두 지난 2017년말BNK금융그룹이 영입한 한국IBM 출신의 외부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당시 BNK금융이 영입한 한국IBM 출신 핵심 인사는 이 두 명 말고 한 명 더 있었다. 올해 5월 퇴임한 한정욱 부산은행 부행장이다.

한정욱 부행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됐던 부산은행 D-IT그룹장은 현재 부산은행 IT기획부장 출신의 박일용 상무(1989년 입행)가 맡고 있다.

즉, 지난 3년간 BNK금융의 ‘D-IT그룹’ 조직은 지주사의 박훈기 부사장을 정점으로, 부산은행 한정욱 부행장, 경남은행 최우형 부행장이 각각 총괄하는 삼각편대 구도였다.

BNK금융그룹의 디지털과 IT전략이 모두 IBM 출신의 외부인사에 의해 맡겨진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보수적인 금융권 정서를 고려했을 때, 당시 BNK금융그룹의 이같은 외부 인사 영입은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BNK금융그룹이 3년전 외부인사 인터뷰를 진행할 때, 일부러 IBM 출신만을 콕 찍어서 뽑은 것은 아니다. 박훈기 부사장은 취임 초기 <디지털데일리>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어떻게 뽑히고 보니 다 IBM 출신이어서 놀랬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쨌든 3년이 흐른 지금, BNK금융그룹내에서 IBM 출신 임원은 이제 최우형 전무 한 사람만 남게 됐다.

◆디지털 ‧ IT부문 외부인사 파격 영입, 그러나 엇갈리는 평가

BNK금융그룹이 외부인사를 영입해 디지털과 IT부문에서 의욕적으로 시도했던 지난 3년간의 실험은 과연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BNK금융그룹 안팎에서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의미있는 시도였고, 분명한 성과도 있었다’는 긍적적인 평가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실패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BNK금융그룹의 디지털 및 IT부문 혁신의 필요성을 외부인사를 통해 공감대를 응축시켰다는 점이 평가된다. 조직원들 내부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일종의 ‘메기효과’라고 할 수 있다.

“과감한 디지털 혁신 전략으로 BNK금융그룹이 지역적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자”면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혁신 성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일단 뒤로하고, 지난 2~3년간 BNK금융그룹은 디지털 전략 부문에서 다양하고 참신한 도전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부분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정적인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견해차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지나친 '혁신' 성과주의, 그리고 이를 놓고 D-IT 조직 내부의 견해차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BNK금융그룹의 사정에 밝은 한 IT업계 관계자는 “외부 영입인사들이 빨리 혁신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IT 조직이 이 혁신의 과제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여기에서 괴리가 생기면서 부작용이 나타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비록 겉으로는 성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는 과제라도 내부 IT 자원을 투입해야하는 상황도 있는데 혁신 경쟁에 압박을 받다보니 이런 내부의 의견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떻게보면 이러한 장면은 꼭 BNK금융그룹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외부영입된 전문가 그룹이 겪는 통상적인 리스크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현재 BNK금융그룹의 디지털 및 IT부문의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며, 그 성과가 어떻게 분출될 것인지는 좀 더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혁신의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를 리더와 조직원들의 맞추느냐, 아니면 BNK금융그룹이 가진 보다 본원적인 조직력의 문제, 인사 전략의 부재로 보느냐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런 점에서 봤을때., BNK금융그룹만이 가진 독특한 ‘D-IT그룹’ 직제가 가진 문제는 혹시 없는지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BNK금융그룹 김지완 회장(오른쪽 4번째)이 지난 11월9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그룹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AI기술 활용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BNK금융지주>
BNK금융그룹 김지완 회장(오른쪽 4번째)이 지난 11월9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그룹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AI기술 활용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BNK금융지주>

◆BNK금융의 독특한 ‘D-IT그룹’ 조직, 자체의 문제는 없나

BNK금융그룹의 ‘D-IT그룹’직제는 ‘디지털’과 ‘IT’조직을 물리적으로 통합시킨 것이다. 이는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형태다.

명칭은 약간씩 다르지만 현재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CDO(디지털부문최고책임자)와 CIO(최고정보화부문책임자)를 철저하게 분리 운영하고 있다. 몇년전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에서CDO와 CIO를 한 사람이 겸임하기도 했었지만 이후에는 각각의 영역으로 철저하게 분리, 진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혁신적인 서비스모델로 접근하는 디지털혁신의 영역과 이를 구체화해 실행시키는 ICT영역이 완전히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이처럼 디지털과 ICT 영역을 분리시키는 것이 더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금융권에서 경쟁이 치열한 비대면 중심의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서비스의 혁신성과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반면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야하는 ICT부서에선 기술적인 제약,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기존 제약들을 먼저 신중하게 고려하고 개발 일정을 계획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두 조직이 바라보는 혁신의 접근 관점이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D-IT그룹’ 처럼 디지털과 ICT조직을 한꺼번에 결합시킬 경우, 오히려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부 혼선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견해다.

BNK금융그룹이 'D-IT그룹장'을 직제를 없애고 다른 금융회사들처럼 디지털과 ICT 조직을 분리 운영하면 두 조직간 상호 견제 기제가 작동하고, 또 혁신 성과에 대한 조직간의 객관적인 교차 검증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현재로선 BNK금융그룹이 ‘D-IT그룹’ 조직을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개편하게 될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또한 조직 개편에 대한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3년간 'D-IT그룹' 내부 구성원들이 제기해왔던 문제점들을 BNK금융그룹이 어떻게 반영해 보완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은 분명해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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