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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 쿠팡? ‘요기요 인수’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한국지사인 DH코리아(요기요)를 매물로 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20%에 달하는 업계 2위 요기요가 누구 품에 안기냐에 따라 추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수 후보들은 그러나 큰 관심이 없거나 신중한 모습이다. 당장 M&A에 주어진 시간은 6개월뿐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H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조건에 따라 요기요 매각에 나서면서 주요 인수 후보군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으로 좁혀지고 있다. DH는 내년 1분기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최종결정서를 받은 뒤 본격적으로 요기요 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9일 관련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식당예약에 진출했고, 인지도가 낮은 네이버 간편주문을 단번에 2위로 끌어올려 플랫폼내 서비스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딜 추진 의의가 크다”면서 카카오에 대해서도 “카카오톡 연동을 통해 인수 후 1위와의 격차를 가장 빠르게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자”라고 평했다. 쿠팡 또한 “쿠팡플레이 출시 등 쇼핑 영역에서 전방위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어서 인수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 기업 모두 당장 요기요 인수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관심도 없고 계획도 없다”며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쿠팡 또한 “검토 중인 바 없다”면서 공식 입장에 대해 말을 아꼈다.

네이버의 경우 그동안 배달앱·배달대행 업체들에 꾸준히 투자를 진행해왔다. 배달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240억원을 투자했고, 최근 또 다른 배달대행서비스 ‘생각대로’를 관리하는 인성데이타에 400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지난 2017년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을 출자했고 지분 4.7%를 확보한 상태다. 자회사 라인은 이미 일본에서 데마에칸 인수 후 가맹점수 1위 배달앱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주문하기’와 ‘채널톡’으로 지역 음식점에 대한 일종의 주문·배달 서비스를 일부 시행하고 있다. 주문하기 가입자가 올해 상반기 기준 65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배달앱 시장까지 사업을 전격 확장할 것인지 의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기반 플랫폼 사업자들은 배달앱 시장에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입점 수수료 문제나 배달 기사 관리 등 사회적 여론에 민감한 소상공인 업종이다 보니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이 충분한 성장성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 정서나 규제를 감안했을 때 리스크가 크다”면서 “플랫폼이 없는 기업이라면 몰라도 네이버나 카카오는 이미 플랫폼 기반이어서 단기간에 점유율을 확보해야 할 이유가 적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경우 우아한형제들 주요주주기 때문에 배달앱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특수관계자의 경쟁업종 참여금지) 계약에 발이 묶여 있는 점도 있다. 물론 지분을 매각하고 합의에 따라 경업금지가 해제될 수는 있다.

직접적 경쟁업체인 쿠팡이나 위메프오가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기존 점유율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요기요는 업계 2위로 지난해 거래액 기준 19.6%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3위 쿠팡이츠(3.1%)나 4위 위메프오(1% 미만)가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곧바로 배달앱 시장 2위로 올라선다. 특히 쿠팡의 경우 지난해 8월 배달앱 쿠팡이츠를 출시한 이후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신중하게 접근하는 눈치다. O2O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가 배달앱 2위 사업자는 맞지만 1위 사업자인 배민과 격차가 큰 데다 워낙 시장 경쟁이 치열해 배민만 겨우 흑자를 내는 구조다”라면서 “기존 사업자가 인수한다 하더라도 리스크가 있고, 어떻게 시너지를 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요기요는 업계 1위인 배민(78%)과는 점유율 차이가 상당하다.

주요 인수 후보들이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DH에 요기요 지분 매각 기한을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로 제시했다.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될 경우 최대 6개월을 연장할 수 있지만, 매각 대상을 찾고 원하는 인수가격을 협상하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기간내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DH는 일별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오히려 원매자들이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시장이 바라보는 요기요의 기업가치는 2조원 안팎이다. 앞서 DH가 배달의민족 경영권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투자업계는 배달앱 시장의 성장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배달앱 시장은 9조7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84.6% 성장했으며, 특히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15조원까지 덩치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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