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한은행의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 블록체인 산업에 큰 신뢰”

박현영

김준홍 KDAC 대표가 지난 14일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현영기자
김준홍 KDAC 대표가 지난 14일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현영기자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커스터디(수탁)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추가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다.

서비스 안정성과 컴플라이언스가 은행의 강점으로 부각되면서 전통 은행권의 가상자산 커스터디가 대세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기술기업 해치랩스와 함께 가상자산 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했다.

이어 최근에는 신한은행이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 투자를 하고, 서비스를 함께 개발할 것임을 알렸다. KDAC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기술기업 블로코, 리서치 기업 페어스퀘어랩이 함께 설립한 회사다.

김준홍 KDAC 대표는 지난 14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KDAC 법인을 설립한 건 2020년 3월”이라며 “신한은행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커스터디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발표는 최근에 했지만 신한은행이 꽤 오래 전부터 가상자산 커스터디를 계획해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커스터디 사업은 신뢰가 핵심인 만큼, 반드시 은행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코빗-블로코-페어스퀘어랩 조합, 어떻게 탄생했나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선 규제당국이 은행의 가상자산 커스터디를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을 하려면 오는 3월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때문에 은행들은 직접 가상자산사업자가 되기 보다는 제3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한은행은 어떻게 KDAC과 인연이 닿았을까.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 기업이라는 점은 같지만 코빗과 블로코, 그리고 페어스퀘어랩은 어떻게 함께 하게 됐을까.

김준홍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는 아직 신뢰가 부족하지만, 세 기업 만큼은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구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빗은 우리나라 최초의 거래소고, 블로코도 2014년에 생긴 가장 오래된 블록체인 기술기업”이라며 “페어스퀘어랩은 비교적 늦은 시기인 2018년에 생겼지만 꾸준히 주요 언론사에 리서치를 제공해왔다”고 강조했다.

공감대를 형성한 세 기업은 2019년 말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업계 전체가 여전히 거래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거래소 내 지갑에 자산을 맡기면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문제의식이 계기가 됐다.

다만 부족한 건 ‘신뢰’였다. 가상자산‧블록체인 업계는 여전히 신뢰도가 낮은데, 커스터디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대중의 신뢰를 얻어야 했다. 때문에 은행의 존재가 중요했다.

김 대표는 “신뢰와 경험이 필요하니까 반드시 은행을 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은행들과 논의하게 됐다”며 “자연스레 그동안 인연이 있었던 신한은행과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블로코가 신한은행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적이 있고, 코빗도 신한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았기에 자연스레 인연이 닿았다는 것. 신한이 그동안 가상자산 커스터디를 준비하고 있던 점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올해 가을 ‘법인 대상’ 커스터디 서비스 선보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KDAC은 올해 가을에 법인 대상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코어 개발 등 기술 쪽 분야는 블로코가 담당한다. 코빗은 운영과 보안에 관한 노하우를 제공하며, 페어스퀘어랩은 그간 리서치 경험을 살려 서비스 모델을 설계한다.

또한 신한은행은 KDAC과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을 위한 공동 R&D를 진행하고,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등 그 외 서비스 개발에서도 협력할 예정이다. 은행만의 보안·컴플라이언스 역량도 KDAC에 지원한다.

김 대표는 서비스 출시 시기인 올해 가을쯤에는 국내에서도 법인이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기관 및 법인이 가상자산을 보유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며 “미국 시장의 분위기가 우리나라로 넘어오려면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올해 가을쯤 되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 맞춰 특금법에도 대비하고 있다. 특금법 시행 시기는 3월이지만,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신고를 마쳐야 하는 시기는 유예기간 6개월이 끝나는 9월이다. 김 대표는 “특금법 상 신고 요건은 작년부터 확인해서 준비해왔고,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심사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규제가 확립되지 않아 신중하게 고려 중이다. 일반적인 커스터디 서비스들은 보관에 따른 수수료를 얻고, 또 보관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다만 가상자산 커스터디는 운용의 선례가 거의 없다.

김 대표는 “수익모델로는 우선 소액의 수수료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자산 운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안전한 은행도 ‘뱅크런’의 리스크가 있다. ‘안전한 보관’이 1순위인 커스터디 업체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자산을 운용하려면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고객의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운용은 매우 보수적으로 계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가상자산 사업, 시장에 줄 영향은?

김 대표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은행권의 산업 진출이 가상자산 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그는 “2~3년 전만 해도 시장이 혼탁했고, 블록체인의 사상 자체도 제도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패러다임이었다”면서 “은행권의 비즈니스는 그동안 과도하게 혁신적이었던 가상자산, 블록체인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게 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비슷한 사업을 하는 다른 기업들이 ‘경쟁자’가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KB국민은행의 KODA는 물론, NH농협은행 등 커스터디 사업을 준비 중인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신한이나 KB는 가장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온 은행”이라며 “가상자산 시장이 은행들로부터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게 됐다. 은행권의 비즈니스가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또 “그동안 가상자산의 부작용만 봤던 대중들도 은행권의 비즈니스로 가상자산 시장을 신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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