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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협상설…애플, 현대·기아차 손잡고 전기차 생산할까

이안나
애플카 렌더링 이미지 [사진=애플인사이더]
애플카 렌더링 이미지 [사진=애플인사이더]
- CNBC "애플 현대·기아차와 협상 마무리 단계…무산 가능성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애플이 3년 후인 2024년 현대·기아자동차와 손잡고 전기차 생산을 하게 될까. 양사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첫 협력 모델은 음식 배달 혹은 로보택시(robotaxis)처럼 라스트마일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3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애플이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와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위한 협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기아 조립공장에서 애플이 개발 중인 ‘애플카’를 제조하는 내용이다.

애플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달 8일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달 20일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한 게 전부다.

◆ 애플 자율주행 사업 ‘프로젝트 타이탄’, 포기설→재개=
시작은 지난달 21일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애플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4년 자율주행 사업과 관련한 ‘프로젝트 타이탄’을 진행한 적 있는 애플은 2017년 공용도로 주행을 허가받기도 했지만 이내 움직임이 사라지면서 포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소프트웨어 쪽에 치중했던 목표를 바꿔 전기차 자체 생산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테슬라 부사장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전기차를 꼽는데는 이유가 있다. 자동차 동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바뀌면서 스마트폰·노트북을 만들던 정보기술(IT)기업들도 자동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자연스레 생산시설 등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진행할지 관심이 쏠리게 됐다.

◆ 애플-현대·기아차 협력으로 기대감 상승?…우려의 시선도 존재=연초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위해 국내 현대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논의 진행 상황과 실제 성사 등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두 회사가 가진 기술력과 플랫폼을 활용해 2024년까지 애플카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애플과 현대차 그룹의 양사 ‘협력설’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애플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밍치궈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첫번째 애플카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애플카 출시 시기를 2025년으로 예측하며 현대모비스가 부품 설계와 생산을 주도하고 기아가 미국에서 생산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달 초엔 현대자동차가 아닌 기아자동차가 애플카의 협력 대상으로, 두 회사는 이달 17일 4조원 규모의 애플카 생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애플과 현대·기아차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거나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속적인 시장 전망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애플과 현대·기아차 협업을 두고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려의 시선도 있다. CNBC는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애플이 제어할 수 있도록 허용한 완성차 업체와 함께 북미 지역에서 애플카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애플은 새로운 애플카를 만들고 싶은 것이지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기아차 모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현대차 경영진 내부에서 애플과의 협력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애플과의 협력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협상 결과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위탁 생산 역할만 하게 된다면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애플-현대·기아차 협상 마무리 단계설…양사 장점은?=CNBC는 이날 애플과 현대기아차가 협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도 무산 될 여지를 남겨놨다.

CNBC는 “애플 내부 팀이 개발 중인 애플카는 잠정적으로 2024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최종 출시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며 “아직 애플과 현대·기아차 사이에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애플이 다른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CNBC는 이번 협상이 성사되면 양사 모두 독특한 장점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우선 애플은 10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전세계 자동차·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스마트폰은 연간 시장규모는 5000억달러이고 애플은 이 시장의 3분의 1을 갖고 있다”며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10조달러로 애플은 이 시장 점유율의 2%만 차지해도 아이폰 사업 규모와 동일해진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모빌리티’를 회사의 미래라고 밝혀왔다. 애플카가 전면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의 애플카 협업은 회사 이익에도 부합한다. 외신은 “현대·기아 경영진은 애플과 협업으로 자체 자율주행·전기차 개발 구상을 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첫번째 애플카가 어떤 모습이 될 진 불투명하다. 단 CNBC는 “첫 애플카는 운전자를 고려해 설계되지 않을 것”이라며 “운전자 없이 작동하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될 것이며 라스트마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라스트마일이란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를 가리킨다. 적어도 처음엔 애플카가 포장 음식 배달 혹은 로보택시 등에 맞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CNBC는 “이러한 움직임은 애플이 이미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테슬라와 직접 경쟁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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