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FOMO란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인 줄만 알았는데 요즘은 새로운 SNS 때문에 더 자주 쓰인다. 출시 1년도 안 됐는데 1조 기업가치를 갖게 된 SNS, 클럽하우스 얘기다.
클럽하우스는 실리콘밸리 창업가인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의 로한 세스가 만든 음성 기반 SNS다. 기존 클럽하우스 사용자의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하며, 사용자당 2개의 초대권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는 이미지가 생기면서 최근 ‘인싸 앱’으로 유명세를 탔다.
◆스타트업 업계서 유행…빠르게 번진 FOMO
처음 초대장을 받은 건 지난달 29일이었다. 불과 13일 전이지만 그때만 해도 주변에 클럽하우스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 2월 들어 급격히 유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럽하우스가 아이폰 iOS용 앱으로만 출시됐다는 사실을 초대장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초대 링크를 눌렀는데 안드로이드 휴대폰에서는 쓸 수 없는 아이폰 앱스토어로 연결됐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때만 해도 주변에 클럽하우스 이용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금방 잊었다.
그런데 2월이 시작되자 페이스북만 켜면 온통 클럽하우스 캡처 사진만 보였다. 지난 3일에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일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가 클럽하우스에 나타나면서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클럽하우스가 무섭게 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평소 취재하는 블록체인 업계 유명인사들도 클럽하우스에서 밤새 얘기한다고 했다. 언론에 몸담은 만큼 트렌드를 빨리 좇아야 하는데, 아이폰이 없어 아쉽기만 했다. 비트코인 상승세를 보면서도 못 느꼈던 FOMO를 클럽하우스 때문에 느꼈다.
결국 당근마켓에서 중고 아이폰을 샀다. FOMO로 무언가를 소비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 8일 저녁 뒤늦게 가입했고(이미 뒤처진 것 같다), 현재 클럽하우스 앱을 설치한 지 48시간이 되어간다. 8일 밤에는 ‘리스너(듣는 사람)’가, 9일 밤에는 ‘스피커(말하는 사람)’가 됐으며 오늘 아침엔 처음으로 ‘모더레이터(방 관리자)’를 해봤다.
◆고민하다 누른 ‘손들기’…신기했던 48시간
가입 후 지인들을 팔로우하자 지인들이 얘기하고 있는 대화방들을 볼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을 팔로우할수록 방도 더 많이 보였다.
처음엔 듣는 것부터 시작했다. 마침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터진 직후여서 그 소식을 다루는 대화방들이 보였다. 외국 가상자산 업계 유명인사들도 테슬라의 결정에 환호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들었다.
다음날에는 스타트업 관련 대화방에 들어가 듣는 것부터 시작했다. ‘스피커’가 되고 싶은 사람은 화면 하단에 있는 ‘손들기’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이 손들기를 누르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다. 가끔 관심있는 주제가 나오면 불쑥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음성으로만 생각을 표현하는 게 살짝 오글거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나가기(Leave quietly)'를 누르고 정말 조용히 나왔다.
스타트업 방을 벗어나 디저트 얘기를 하는 대화방에 들어가니 입이 터졌다. 블록체인 방이나 스타트업 방에는 실제 지인들이 많아서 오히려 손들기를 누르기 쉽지 않았던 듯 했다. 스피커가 되어 얘기를 마친 뒤, 다른 스피커의 얘기를 들을 땐 마이크 버튼을 끄고 들었다. 다른 스피커의 얘기가 인상적일 땐 마이크 버튼을 여러 번 눌러 ‘박수’를 표현했다.
9일에는 블록체인 관련 대화방에서 얘기를 하다 스피커가 됐고, 좀 오래 얘기하다 보니 모더레이터가 됐다. 모더레이터가 된 후 방을 살펴보니 어느덧 250명 이상의 사람들이 리스너로 참여한 상태였다.
◆평등하다는 클럽하우스, 정말 그럴까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평등’이라고 한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과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어제(9일)만 해도 금태섭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클럽하우스에서 질문을 받았다. 자신을 ‘평범한 30대’, ‘서울의 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참여자들이 스피커가 되어 금태섭 예비후보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던졌다. 동시간대 또 다른 방에서는 유명 벤처캐피탈(VC) 임원진들이 예비 창업가들의 얘기를 들었다. 스타트업 창업에 관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사용하다 보니 이 평등한 공간에서도 누군가는 소외감을, 더 나아가 불평등을 느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클럽하우스 대화방을 보면 맨 위에는 스피커가, 그 아래에는 ‘스피커가 팔로우한 사람들(Followed by the speakers)’이, 그리고 맨 아래는 ‘다른 사람들(Others in the room)’이 있다. ‘스피커가 팔로우한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은 같은 리스너임에도 불구, 스피커가 팔로우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따라 화면 내 위치가 다르다. 일각에서는 매번 ‘다른 사람들’에 속해있을 경우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각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시각 위주인 인스타그램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진을 설명해주는 기능이 있지만, 음성 위주인 클럽하우스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아직 탑재하지 않았다.
또한 텍스트로 채팅할 수 있는 기능도 없어 청각장애인은 더욱 사용하기 어렵다.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앱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접근하기 힘든 앱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그럼에도 클럽하우스가 더 평등해질 것이란 기대는 있다. 앤드리슨 호로위츠 같은 유명 VC의 투자를 받은 만큼, 더 많은 기능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클럽하우스는 안드로이드 버전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FOMO로 성장세를 얻은 앱이 ‘롱런’하려면 사람들이 매일 꾸준히 쓰는 앱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불평등을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은 지우고, 접근성은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