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더리움 창시자에 SEC 위원까지, 블록체인 ‘인싸’들은 왜 ‘에리카쇼’에 모일까

박현영

에리카 강(강현정) 크립토서울 대표.
에리카 강(강현정) 크립토서울 대표.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위원은 일명 ‘크립토 맘(Crypto Mom)’으로 불린다. 가상자산에 친화적이어서 붙은 별명이다. 크립토 맘답게 피어스 위원은 가상자산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미 SEC가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피어스 위원의 발언들도 유명 외신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 피어스 위원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등장했다. 섭외력에 감탄하면서 인터뷰를 보다 보니, 채널에 쌓인 인터뷰들을 정주행하게 됐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부터 찰스 호스킨슨 카르다노 창립자, 마스터링 비트코인 저자인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까지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들이 다 모여있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블록체인 커뮤니티 단체 ‘크립토서울’의 채널이다. 에리카강(강현정) 크립토서울 대표는 인터뷰 쇼인 ‘에리카쇼’를 열고 매번 유명인사를 초청하고 있다. 업계 거물급 인사들이 자주 출연하다보니, 다음 인터뷰이가 누구일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이러다 바이든 대통령이 출연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 섞인 댓글도 달렸다.

에리카 강 대표는 “다음 게스트로는 제가 2017년 블록체인 업계에 들어오면서부터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했던 분을 모셨다”며 “앞으로도 이름만 들으면 아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리더들을 섭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유명인사만 섭외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블록체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분들을 인터뷰하고 그 분들의 인사이트를 들어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에리카쇼에 출연한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크립토서울 유튜브 채널 캡처.
에리카쇼에 출연한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크립토서울 유튜브 채널 캡처.
◆기존 인맥에 클럽하우스도 활용…네트워크 강자의 ‘에리카쇼’

지난 2018년 설립된 크립토서울은 블록체인 업계 교류를 활성화하는 커뮤니티 빌딩(Building)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컨퍼런스 ‘비들(BUIDL)’의 주관사로 잘 알려져있다. 지난 2018년, 2019년 2년 연속으로 개최된 비들은 매번 유명 해외 인사를 섭외해 화제를 모았다.

그런 크립토서울에게 지난해는 매우 힘든 시기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사업인 비들 행사와 네트워킹 모두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립토서울을 계속 이어가려면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온 게 ‘에리카쇼’다. 강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원래 기획했던 컨퍼런스를 못하게 되다보니, 어떻게 하면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유튜브를 활용해 업계 인사들을 인터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에리카쇼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섭외에는 그동안 구축해온 네트워크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크립토서울의 원래 업무가 커뮤니티 빌딩과 행사 기획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다양한 프로젝트의 설립자들을 만나게 됐다”며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대한 활발히 네트워킹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잘 알지 못하는데 섭외하고 싶을 경우 지인의 소개를 받거나 우선 연락을 취해본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은 흐름이 빠른 분야인 만큼, 최근에는 기존 유명인사 외에 ‘신흥 강자’들도 등장하는 추세다. 일례로 지난해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열풍이 불면서 디파이 프로젝트의 창립자들이 신흥 강자로 등장했다. 기존 네트워크도 좋지만 새로운 네트워킹도 필요해졌다.

때문에 강 대표는 최근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를 통해 업계 인사들과 교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며칠 전에 처음으로 방을 만들어봤는데 블록체인 업계 분들이 들어오시면서 100명 넘게 모였다”며 “블록체인 이슈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클럽하우스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클럽하우스에서 블록체인 얘기가 자주 나온다. 최근에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로 도배되었다”며 “이 방 저 방에서 의견을 공유하기에 좋고, 블록체인 업계 이상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비들 컨퍼런스’는 호치민에서…커뮤니티 넓히는 크립토서울

활발히 진행 중인 에리카쇼 외에도 강 대표가 기획 중인 것은 다양하다. 현재 베트남에 머무르고 있는 강 대표는 베트남에서도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구축해 크립토서울의 생태계를 확장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행사는 당분간 개최하기 힘들겠지만 베트남 내부에서는 작게나마 행사 주최가 가능하다”며 “이를 반기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많아서 잘 계획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커톤은 이더리움, 코스모스 등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와 콜라보레이션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020년에 개최되지 못했던 비들 행사도 개최가 가능해지는대로 열 계획이다. 강 대표는 “비들 아시아 컨퍼런스는 2021년이든 2022년이든 타이밍이 됐을 때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 계획”이라며 “한국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된다면 다시 밋업, 해커톤, 컨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강 대표는 그동안 에리카쇼에서 인터뷰했던 것을 바탕으로 2021년 블록체인 산업 트렌드를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인터뷰했던 분들 대부분이 2020년 키워드로 디파이를 꼽았고, 앞으로도 디파이는 주목받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21년에는 블록체인 산업이 더 인정을 받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가상자산 규제 논의를 하고 있는 국가들이 올해 성과를 볼 것이고, 테슬라나 마이크로스트레티지처럼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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