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도체 부족에 지진·한파까지"…파운드리 가격 '더' 오른다

김도현
- UMC·VIS 등 올해 30~40% 올릴 듯…삼성전자도 가격 인상 동참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의 몸값이 치솟는다. 이미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가운데 지진과 한파 등 자연재해까지 덮친 영향이다.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인 만큼 추가 상승 요인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주요 파운드리 업체는 생산단가 인상을 고려 중이다.

이미 2020년 4분기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대만 UMC·뱅가드(VIS) 등은 10~15% 수준의 단가를 올렸다. TSMC는 올해부터 할인 정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러한 흐름은 파운드리 업체의 수주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비롯됐다. 이미지센서,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생산능력(CAPA)을 넘어서는 주문을 받고 있다. 라인을 풀가동해도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업체가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기 시작했다. 이는 올해 들어 확산했고 자동차 공장은 줄줄이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TSMC 등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 증대를 요청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졌다.

문제는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연이은 자연재해가 반도체 업계를 강타했다.

지난해 12월 대만 북동부에서 규모 6.7 지진이 발생했다. TSMC 공장들과 거리가 있어 큰 타격은 입지 않았지만 장비 점검을 위해 생산라인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일본 동북부에서 규모 7.3 지진이 일어났다. 차량용 반도체 3위 업체 르네사스와 웨이퍼 공급사 신에츠 등의 공장이 멈춰섰다. 16일부터 생산을 재개했지만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한파가 덮쳤다. 지난 16일(현지시각) 텍사스주 정부는 난방 전력 부족으로 현지 기업에 공장 가동 중단을 요청했다. 물이 얼면서 공장 용수 공급까지 차질이 생겼다.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삼성전자를 비롯해 NXP 인피니언 등의 운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예고된 중단인 만큼 대비는 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점점 커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업체도 손실이 생겼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UMC 등이 올해 생산단가를 30~40% 이상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도 8인치(200mm) 웨이퍼 반도체 원가 인상을 암시했다. DB하이텍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846억달러(약 91조93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전년대비 23.7% 상승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 성장할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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