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데이터의 시대, 빅브라더는 가능한가?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충돌로 이른바 ‘빅브라더’ 논쟁이 본격화됐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충돌은 전금법 개정안에 포함된 ‘전자지급거래 청산’을 통해 빅테크 업체들의 지급결제 과정에 대해 외부 기관(금융결제원)을 정식으로 거쳐 ‘청산’의 과정을 거치게 한 조항 때문이다.

요지는 빅테크 업체가 내부의 전자상거래 등의 플랫폼에서 자신들이 서비스 하는 간편결제 등의 전자지급결제 수단으로 결제가 완료될 경우 그동안은 금융당국에 보고할 필요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청산의 과정, 즉 결제 완료에 대한 신뢰 확인을 거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금융위원회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빅테크 업체의 거래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할 수 있어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빅테크 등의 업체가 사실상의 전자금융거래 시장안에 들어오는 만큼 금융사에 준하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자금융업자 외부청산의 필요성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도 일부 필요해 보인다. 빅테크 업체들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에는 공감하는 눈치다.

김앤장 정성구 변호사는 “독일 핀테크 업체인 와이어카드에서 고객에게 예탁 받은 2조원 가량의 금액이 사라지면서 청산기관 필요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는데 국내에서의 논의는 청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청산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보인다. 다만 청산기관으로 얘기되고 있는 금결원은 이미 수십억건의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금결원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동안 이뤄진 전자금융거래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빅브라더’에 대한 논쟁은 그동안 빅테크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우려하는 일부 중소 핀테크 업체들이나 금융사들을 위주로 전개돼왔다. 막강한 플랫폼을 갖고 있는 빅테크 업체가 가지고 있는 상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수많은 고객을 개인화하고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정보를 얻게 되면 시장 지배적 위치를 가지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의 ‘싸움’ 덕에 ‘빅브라더’라는 데이터 경제 시대의 어두운 부분이 다시 부각된 셈이다.

실제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알리바바 앤트그룹에 본업인 전자결제 업무에만 충실하라는 사실상의 그룹 해체 지시에 준하는 통보를 하며 앤트그룹이 소유한 소비자 데이터에 대한 이관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알리바바 앤트그룹의 소비자 데이터는 10억 명 이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자결제를 통한 중국인의 소비 성향, 재무 상태는 물론 개인의 신용도까지 산출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 시대에 기업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딥 데이터(Deep Data)’를 가진 것인데 이를 정부가 소유하겠다는 것이다.

빅브라더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도 불거진다. 기업이 가진 고객들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해질 경우 빅브라더가 될 것이라는 것은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 역시 이미 빅브라더라는 의미와 같다.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대해 대형 플랫폼을 가진 빅테크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돼 오히려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이 제한될 것이란 우려는 빅테크에 대한 빅브라더 출현 가능성에 있다. 그런데 수면아래 잠잠했던 빅브라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오히려 정부기관 간 갈등으로 불거지게 됐다.

데이터가 현대 경제의 ‘쌀’로 불리는 시점에서 데이터의 주권과 이를 어디까지 들여다볼지,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한 곳에 저장하는 등 데이터 라이프사이클에 대한 문제는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논점을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에서 벗어나 국가적 차원에서의 데이터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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