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협상 샅바싸움 ‘팽팽’…LG “ITC 불인정 어불성설” vs SK “과잉 요구 수용불가”(

윤상호
- LG엔솔, “ITC 결정 인정, 합의 출발점…로열티·지분도 수용 ”
- SK이노, “경쟁사 요구 수용, 배터리 사업 지속 의미 없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 장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차 소송(337-TA-1159) 최종판결이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 패배를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LG에너지솔루션과 억울하다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1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일 이사회 확대 감사위원회에서 ITC 1차 소송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확대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했다. ▲이사회 의장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 ▲대표 감사위원 최우석 고려대 교수 ▲김준 경방 대표 ▲김정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하윤경 홍익대 교수 전원이 참여했다.

1차 소송은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한 건이다. 2020년 2월 ITC 예비판결은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로 났다. SK이노베이션의 문서 삭제가 빌미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이 침해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없앴다고 판단했다. 최종판결은 지난 2월 있었다. ITC는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을 10년 동안 수입 및 유통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일부 품목은 최대 4년 유예를 뒀다. 최종판결은 미국 대통령이 효력 발생 여부를 확정한다. 재가하면 시행 거부하면 무효다. 60일 이내 결정해야 한다. 마감일은 4월11일(미국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차 소송 최종판결이 경험 부족 때문이지 영업비밀침해가 인정된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증거인멸 탓에 패소한 것이지 영업비밀침해 여부는 다투지도 못했다는 인식이다.

SK이노베이션 최우석 대표감사위원은 “소송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방어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미국 사법 절차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패소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대해 가야 하는 시점에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협상도 기존 방향을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요구를 무리하게 맞추느니 사업을 접겠다는 반응이다.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매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감사위원회는 “경쟁사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향후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발끈했다. ‘SK이노베이션 발표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신력 있는 ITC에서 배터리 전 영역에 걸쳐 영업비밀을 통째로 훔쳐간 것이 확실하다고 최종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가 아쉽다”라며 “증거를 인멸하고 삭제하고 은폐한 측에서 이러한 결정을 인정하는 것이 합의의 시작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한 LG에너지솔루션의 제안을 가해자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라 수용불가라고 언급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기준에 따라 경쟁사와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그러한 기준이 향후에도 일관되게 유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쟁사가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에 와서 논의할 만한 제안을 하고 협의를 한다면 최근 보톡스 합의 사례와 같이 현금, 로열티, 지분 등 주주와 투자자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다양한 보상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최종판결 후 가진 2차례 미디어 대상 컨퍼런스콜과 같은 주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게 합의 지연시 추가 소송과 고객사 이탈 등을 경고했다. SK이노베이션이 성의 있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도 토로했다.

한편 ITC 소송은 2건이 남았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특허침해로 공격한 건(2차 소송, 337-TA-1179)과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반격한 건(3차 소송, 337-TA-1181)이다. 각각 예비판결 예정일은 미국시각 7월30일과 3월19일이다. 미국 델라웨어지방법원에 양사가 낸 민사소송도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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