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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하나로 가상환경 제어”…페이스북, 차세대 AR글래스 비전 제시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 동네 카페에 들어간 A씨에게 가상 어시스턴트가 이렇게 묻는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해드릴까요?” A씨는 손가락을 움직여 허공에 제시된 선택지 가운데 ‘예’를 클릭한다. 증강현실(AR) 글래스와 이에 연동된 소프트 손목밴드 덕분이다. A씨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 대신 소프트 햅틱 장갑을 끼고 가상 화면과 키보드로 문서 작업을 시작한다. 카페 안 소음이 커지자 가상 어시스턴트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주변 소음을 완화해주겠다고 제안한다.

18일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FRL) 연구진은 향후 출시될 차세대 AR글래스의 비전을 이와 같이 소개했다. 컨텍스트 인식 인공지능(AI) 기반의 AR 인터페이스와 디바이스(AR글래스), 그리고 운동신경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근전도(EMG) 기반의 손목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연동해 이러한 일상이 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페이스북 FRL 리서치는 연구원·엔지니어·신경과학자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고 인간과 컴퓨터간 상호작용(HCI)을 가능케 하는 이와 같은 연구개발을 해왔다. 이 팀을 이끄는 연구과학 책임자인 션 켈러 디렉터는 “개인 맞춤 AR 환경에서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클릭’은 다시 한 번 사람을 HCI의 중심에 서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능형 클릭이 가능한 것은 근전도 기반 손목형 밴드를 통해 사용자의 신경 정보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목의 신호를 감지하는 이 밴드는 사용자가 디바이스의 동작을 제어하기 위해 척추에서 손으로 흐르는 전기 신호를 이용하고, 근전도는 단 1mm만큼 움직이는 손가락 동작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토마스 리어던 FRL 연구 과학 디렉터는 “운동세포를 통해 전해지는 신경 정보를 바로 디바이스로 보내기 때문에 반응 속도는 훨씬 발라지고 대역폭도 넓어져 사용자의 경험과 만족도가 커진다”면서 “신경 관련 연구과제는 당연히 어려운 점이 많지만, 기초적인 통제를 바탕으로 AI를 접목하면 일정을 확인하거나 영상을 시청할 때 등 보다 몰입감 있는 AR 경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은 AR글래스와 손목밴드에 연동되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소개했다. FRL은 가상 어시스턴트가 사용자 취향에 맞게 팟캐스트를 재생하거나 카페에서 평소 주문하던 커피를 추천해주는 식의 ‘적응형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고 있다.

탄야 존커 페이스북 FRL 테크니컬 리드 매니저는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휴대폰을 집어들어 잠금을 풀고 앱에 접속해 음악을 선택하고 재생을 누르는 일련의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제거하는 것이 가능할까 질문해봤다”며 “손목 위 센서로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파악한 적응형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어떤 동작을 하려는지 추론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응형 인터페이스와의 상호작용은 가상 버튼을 누를 때의 다양한 햅틱(진동)으로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 니콜라스 콜로네스 페이스북 FRL 연구과학 매니저는 “손목 밴드 햅틱은 AR에 필수적”이라며 “대담한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AR이 발전하면 앞으로 음성이나 영상 렌더링만큼 햅틱 렌더링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컨대 사용자가 붐비는 도시에서 AR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때, 시각적 정보와 별개로 손목밴드의 햅틱이 보다 직관적으로 안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길을 걷거나 달릴 때 AR 시스템으로 메시지가 수신됐다면 손목 밴드가 개인 맞춤형 햅틱 신호를 다양하게 전달해 누가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지 구분할 수 있다.

콜로네스 매니저는 “지난 4년간 손목밴드를 통한 햅틱을 연구했고 10여개 프로토타입 만들었는데, 그중 일부는 덜 성공적이었지만 일부는 놀라웠다”며 “이 프로토타입은 기술 자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제로(Zero)부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경계 뛰어넘는 최신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쉬롭퍼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실제 상용 시점에 대해 “지금은 초기 연구의 피크 단계”라며 “우선 통제된 환경 내에서 개인이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경험을 증명한 다음 이를 수백만명이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상품으로 제조·판매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근전도 기반의 신경 정보를 활용하는 것과 관련 제기될 개인정보 보호 이슈에 대해서는 “신경계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신경신호를 포착하는 것, 즉 손을 움직이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려는 게 우리 기술의 전부”라며 “이 정보들은 디바이스 로컬단에만 저장돼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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