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카피캣’ 이미지에 가린 中 스마트폰 위협

이안나
- 화웨이 몰락으로 오포·샤오미 등 수혜…프리미엄폰 확장 시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미국이 지난해 화웨이에 가했던 무역제재는 스마트폰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화웨이는 내수 시장에 이어 해외로 보폭을 넓히며 삼성전자와 경쟁구도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부품 수급 문제를 해결 못 하고 한순간에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전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구도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격변하는 상황에서 이 양강구도도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른다. 화웨이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은 중국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오포는 작년 12월 마지막주부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주간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비보가 소폭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지속 하락세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은 아니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세워 판매량을 늘려가던 오포와 비보, 샤오미 등이 프리미엄폰 시장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에서 분사된 중저가 브랜드 아너까지 포함해 이들은 공통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늘리고 해외 보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오포가 대규모 행사 때마다 돌돌 마는(Rollable, 롤러블) 스마트폰을 공개하고 있고 샤오미는 접는(Foldable,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폼팩터를 공개 및 판매하는 건 당장 점유율을 높이기보다 기술력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전략이다. 오포가 ‘완성도’를 갖추기 전 ‘최초’ 타이틀을 노리거나 샤오미가 삼성전자 최신 이미지센서 채용을 강조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물론 국내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중국 제품을 쓰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또 선두기업을 모방한 노골적인 ‘카피캣’ 전략을 내세우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은 더 높아졌다. 국내서 과거 대비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량이 높아졌다 할지라도 여전히 중국업체 점유율은 1%가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국가에서 중국업체 이미지가 국내와 같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얼마 전 진행한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에선 유튜브 채널서만 10만명이 넘게 시청했다. 인도·말레이시아에도 스마트폰 및 스마트밴드를 빨리 출시해달라거나 샤오미를 추켜세우는 호응이 대부분이었다. 세계적으로도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셈이다. 샤오미가 프리미엄 제품 중에서도 ‘가성비’를 내세우는 만큼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작년 상위 스마트폰 5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업체이기도 하다.

또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기 전 중국 내수 시장을 평정했던 것처럼 현재 오포가 그 행보를 그대로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까지 오포 롤러블폰은 시제품 단계이며 샤오미 폴더블폰은 삼성전자 제품보다 투박함이 느껴진다. 중국업체들은 공격적인 기술 투자와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선 주요 스마트폰업체로 삼성과 애플 양강구도가 계속되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모든 스마트폰 가격대 및 유형에서 중국업체들과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업체들과 경쟁을 벌인다는 구도도 변할 수 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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