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치솟는 IT개발자 몸값, 그러나 점점 커지는 우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당근마켓, 토스, 직방, 쏘카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개발자 인력 쟁탈전이 심화되면서 개발자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연봉 면에서 대기업 못지 않은, 그 이상의 대우를 받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코딩 공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까요”라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실제 코딩 교육 기관을 찾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IT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고연봉을 바라보고 코딩을 배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밝은 전망만 보고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IT개발자들 현실에선 연봉 양극화가 여전히 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최근 트랜드인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을 지키기도 어렵다고 우려한다.
IT 업계는 ‘밥먹듯 야근’하는 문화가 만연했다. 전직원 임금을 800만원 일괄 인상하며 ‘신의 직장’이 된 넷마블의 경우 불과 몇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구로의 등대’, ‘횃불’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 2018년 무렵부터 300인 이상의 기업들은 야근을 줄여나가는 추세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다수다. 연봉을 800만원을 올린 펄어비스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주52시간 위반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이 9일 공개되기도 했다. 펄어비스 전체 근로자 1135명중 329명이 1주당 연장근로 한도(12시간)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IT 업계의 노조 솔립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3월 한글과컴퓨터 노동조합이 17년 만에 재출범하기도 했다. 노조 출범 배경은 잦은 인사이동 및 권고사직, 대가 없는 야간근로 강요 등이다. 4월에는 게임업계 4번째로 웹젠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된 바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은 2명이 할 일을 한 사람에게 시키면서 2명분을 준다는 의미”라고 냉소했다. 그는 “긍정적인 면만 보고 뛰어들기에는 조심스럽다. 업계 전반적으로 주52시간제, 포괄임금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누구나 고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다.
IT 인력 아웃소싱을 업으로 하는 ‘보도방’이 여전히 성행이다. 임금 미지급 등을 일삼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사명을 교체하는 식으로 영업을 계속하는 악덕 기업도 여전히 널려있다. 개발자들은 IT 노조 게시판 등을 통해 이런 기업들의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IT개발자의 지위가 향상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두가 초봉 5000만원, 연봉 1억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중소 IT기업의 경우 초봉 2000만원대, 3~4년차도 3000만원대인 곳이 드물지 않다.
국가 IT지원 정책의 방향은 이처럼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여있는 수많은 IT 개발자들을 위해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IT개발자들의 연봉 양극화는 결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산업내 구조적 양극화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 중소기업들이 우수한 IT개발자들을 지키지위해 출혈을 감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IT 강국의 저변이 끝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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