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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앞둔 싸이월드·버디버디…‘재기’일까 ‘재탕’일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그때 그 시절’ 국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불렸던 싸이월드와 버디버디가 잇따라 귀환을 예고했다. 최근의 복고 바람을 타고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과연 주류 SNS로 다시 등극할 수 있을지 전망은 엇갈린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싸이월드제트는 다음달 싸이월드의 PC·모바일 서비스 재개를 목표로 플랫폼 구축과 데이터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12년 5월 서비스를 종료했던 버디버디도 위메이드가 이달 2일 홈페이지를 개편해 재오픈을 준비하는 중이다.

싸이월드와 버디버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추억’이다. 이 서비스들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당시 10·20대 이용자들이 이제는 주력 소비층인 30·40대가 되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매력을 갖춘 3040세대에는 향수를 자극하고, 지금의 1020세대에는 오히려 신선한 서비스로 다가서는 ‘레트로’ 전략이 되는 셈이다.

◆ 그땐 그랬지

싸이월드의 과거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블로그형 SNS의 원조격인 싸이월드는 3200만 회원을 갖춘 지금도 170억장의 사진과 1억5000만개의 동영상이 잠자고 있다. 미니홈피를 통해 ‘일촌’ ‘파도타기’ ‘방명록’ 등 독자적인 관계형 SNS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미니미’(아바타) ‘미니룸’(가상공간)을 꾸미거나 배경음악을 설정하는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버디버디 역시 2000년 1월 출시된 후 1년 만에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1020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다양한 감정 이모티콘, 오디오 기반 음악방송 채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 메신저인 MSN 등과 경쟁했다. 특히 특수문자를 활용한 독특한 아이디 생성으로도 유명했다. 2008년에는 국내 메신저 점유율 1위(56.21%)에 올라 국민 메신저가 됐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디지털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급속도로 바뀌면서, 싸이월드도 버디버디도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새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네이트온과 카카오톡 등 국내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거세졌다. 결국 ‘한때’ 국민 SNS들은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 지금은 어떨까?

재기를 노리는 싸이월드의 승부수는 ‘메타버스’다. 기존 미니홈피를 3차원(3D) 가상환경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미니미는 기존 2D 버전과 함께 증강현실(AR) 기술이 접목된 3D 버전을 선보인다. 또 싸이월드에서 쓰던 ‘도토리’는 암호화폐로 대체해 플랫폼 안에서 경제 활동까지 가능토록 한다. 실제 싸이월드제트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스카이앤엠 등 5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싸이월드를 인수한 회사로, 그중에는 AR 콘텐츠 제작사인 ‘에프엑스기어’도 포함돼 이러한 기술 구현을 맡는다.

버디버디 재오픈을 준비하는 위메이드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진 않았으나, 게임 이용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일종의 커뮤니티 SNS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아직은 버디버디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날개 달린 신발, 버디버디가 다시 찾아옵니다’라는 문구만 띄워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레트로 전략을 내세운 서비스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인 전망만 나오지는 않는다. 이미 국내 시장이 카카오톡을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들로 고착화돼 있어 경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디오 기반 SNS 플랫폼으로 근래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클럽하우스’조차 반짝 인기에 그쳤다는 회의적인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싸이월드만 해도 과거 모바일 버전 출시 등 재도전에 나섰다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선례가 있고, 2019년 10월 도메인 중단 논란 등을 겪으며 결국 서비스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버디버디도 이미 카카오톡에 적응을 끝낸 메신저 이용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리려면 이전과 다른 변화가 불가피하다. 커머스·금융·콘텐츠·게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사업모델도 그려야 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재개 시점 초기에는 호기심에 일단 접속해보는 이용자들이 많겠지만 결국 장기적인 이용자 확보가 관건”이라며 “SNS나 메신저는 특성상 광범위한 이용자들이 유입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콘텐츠나 서비스가 계속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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