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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일 뿐, ‘일론캐시’가 아니다 [IT클로즈업]

박현영


지난 주말,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열렸던 가상자산 관련 방이 있습니다.

방제가 “Bitcoin is bitcoin, not ‘eloncash’(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일 뿐, ‘일론캐시(일론 머스크의 돈)’가 아니다)”였는데요, 지금 가상자산 시장에 꼭 필요한 말인 듯 합니다.

요즘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머스크가 올리는 트윗의 내용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기도, 하락하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이 ‘대장 코인’인 만큼 비트코인 가격이 움직이면 다른 가상자산의 가격도 그대로 움직입니다. 그야말로 머스크가 조종하는 시장입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 소식을 제외하고는, 막상 트윗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장이 크게 반응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난 1월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했던 것을 생각하면, 결제 중단 소식은 영향을 미칠 법합니다.

반면 다른 트윗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7일 머스크가 “비트코인은 대규모 채굴 업체들이 통제하고 있어 탈중앙화되지 않았다”고 올린 트윗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습니다.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이 수십, 수백 번 제기했던 지적이고 이미 보고서까지 다수 나온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머스크의 트윗으로 시장은 잠시 흔들렸지만, 사실상 다른 사람이 아닌 머스크가 지적했다는 것 말고는 새로울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머스크의 지적은 얼마나 타당할까요?

비트코인 채굴에 동원되는 해시파워가 소수의 채굴 풀, 특히 중국 채굴 풀에 집중돼있는 것은 맞습니다. 때문에 이 채굴 풀들이 담합해 비트코인 전체 네트워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대전제는 ‘해시파워의 분산’이 아니라 ‘채굴자들의 합리적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공격해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보다 기존 규칙에 따라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행동이라는 것이죠. 사토시 나카모토가 쓴 비트코인 백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즉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해시파워가 소수 채굴 풀에 집중된 것은 맞지만, 이들이 담합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파괴하고 탈중앙화를 저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입니다.

다른 트윗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팔았는지 팔지 않았는지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의 등락이 심합니다. 머스크로 인해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7일 오후 3시 경(한국시간) 머스크가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트윗을 올리자 소폭 상승했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본다면 테슬라보다 더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있는데, 그 기업의 의사결정이 시장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쳐야 하지 않을까요?

일례로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있습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9만 1850BTC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해당 물량을 매입하는 데 든 돈은 약 22억 4000만달러(한화 약 2조 5200억원)입니다. 테슬라는 지난 1월 한화로 1조 7000억원치 비트코인을 매입했죠. 보유량도, 쓴 돈도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훨씬 많습니다. 심지어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난 13일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자 추가로 271BTC를 더 매입했습니다.

아울러 머스크가 비트코인 결제 중단 소식을 밝히면서 지적한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그동안 계속 제기됐고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비판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에 친환경적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죠.

이런 사례들을 생각해보면 머스크의 한 마디로 인해 투자 결정을 해야 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머스크가 세계 1위 부자이자 엄청난 ‘메가 인플루언서’임은 분명하지만, 투자는 인플루언서의 한마디로 결정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 도지코인 개발자가 지난 2019년부터 머스크와 협업해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어쩌면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배신한 게 아니라, 도지코인을 띄우려는 ‘큰 그림’을 위해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부터 끌어모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머스크의 한 마디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 흐름이 바뀔 이유는 점점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머스크의 트윗 없이도 제 갈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일뿐, ‘일론캐시’가 아닙니다.

<박현영 기자>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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