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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환경 급변 속 플랫폼 VS 콘텐츠 갈등 점화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산되고 콘텐츠 가치가 상승하면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 간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저평가된 콘텐츠 가치에 벗어나 제값을 받고 기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 움직임에, 플랫폼 사업자는 의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그 정도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가 CJ ENM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콘텐츠 선공급 후계약 관행부터 콘텐츠 사용료 인상에 이르기까지 양 측은 공개적으로 갈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IPTV3사는 CJ ENM을 향해 시청권을 볼모로 콘텐츠 공급대가를 25%나 인상해달라고 비상식적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CJ ENM은 넷플릭스와 우호적으로 계약한 IPTV사가 오히려 국내 콘텐츠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CJ ENM은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2019년 IPTV가 고객에게 수취한 기본채널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중 16.7%만이 실시간채널 공급 대가로 전체 방송채널사업자(PP)에게 배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음원, 웹툰, 극장 플랫폼 등이 고객 콘텐츠 이용료 가운데 약 50~70%를 콘텐츠 제공사에 배분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현재 유료방송 플랫폼사가 챙겨가는 몫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또한, IPTV3사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나 위성플랫폼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의 프로그램 사용료율을 책정하고 있고, IPTV사가 홈쇼핑채널에서 받는 송출수수료는 지난 5년간 연평균 39.3%씩 인상됐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IPTV 업계는 다양한 콘텐츠 수급 대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유료방송사업자가 지불하는 총 콘텐츠 대가 비용에 대한 적절성이 평가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IPTV사업자의 PP 프로그램 사용료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2020년 실시간 일반채널프로그램 사용료(유료채널, VOD, 종합편성채널 제외)는 전년 대비 13.4% 증가한 3048억원이라는 설명이다. 실시간 일반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및 무료 VOD 사용료 합계는 전년 대비 13.3% 증가한 4008억원이다. IPTV가 CJ ENM에 지급하는 콘텐츠 대가는 2210억원으로, 홈쇼핑PP와 홈초이스 채널을 제외한 방송 프로그램 제공 매출의 29.2%를 차지한다. CJ ENM은 2018년 대비 2019년 방송프로그램 제공 매출 증가분의 34.9%를 이루고 있다.

IPTV 업계는 “지상파, 종편,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콘텐츠 사업자에게 주문형비디오(VOD)를 포함해 총 지급하는 비용은 2019년 기준 수신료 매출 대비 48.1%에 달한다”며 “기본채널 외에 유료채널, VOD 등을 포함한 전체 PP 및 콘텐츠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사용료 규모는 IPTV가 SO의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사용료 협상 때 재방 위주 자사 채널을 끼워팔기하면서 평가에 의한 채널별 사용료 협상이 아닌 전체 채널을 대상으로 사용료 25% 이상을 요구하고 있고, 원하는 번호에 배정받지 못할 경우 의도적으로 계약을 지연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유료방송사업자의 지불 능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일부 대형 콘텐츠사업자에 자원이 편중된다면 중소 PP 설 곳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CJ ENM은 IPTV 업계가 OTT를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 시장에 적극 진출하며 자사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는 모습과 달리, 국내 콘텐츠 건전한 생태계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고 보고 있다. 대형 PP 콘텐츠 인상 요구로 중소 PP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콘텐츠 가치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과 동일한 자원으로 전체 사용대가를 분배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J ENM은 “저가 프로그램 사용료는 방송사 콘텐츠 투자 위축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콘텐츠 질이 떨어지게 되면 플랫폼사 유료가입자 이탈로 인해 결국 유료방송산업 경쟁력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일부 IPTV사의 경우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게는 파격적인 수익배분을 해 주면서 국내 방송사 콘텐츠 평가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갈수록 국적 없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콘텐츠 산업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제작비 리쿱 구조가 양질의 콘텐츠 생산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케이블TV협회도 CJ ENM 등 PP에서 요구하는 선공급 후계약 개선과 관련해 반대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이하 SO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회에서 발의된 선계약 후공급(안)이 도입되면 대형PP는 과도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 및 송출중단을 빌미로 계약을 지연시키는 등 협상력을 남용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선공급 후계약 채널거래 금지를 담은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현재 보류된 상황이다. 국회는 중소PP 보호방안 등을 보완한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PP 측은 선공급 후계약 관해은 후진적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은 넷플릭스와는 먼저 계약 후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지만, 국내 PP들에게는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료방송사는 대형PP 채널 협상력만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SO협의회는 “가뜩이나 SO는 강력한 협상력을 가진 대형PP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대형PP와 협상이 어려워질 경우 연간 1회로 제한된 정기 채널개편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대형PP의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로 인해 채널 송출중단이 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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