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정보기술(IT) 업계가 비상입니다. 자동차업체들도 마찬가지죠. 차량용 반도체로는 ▲내외부 온도·압력 등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 ▲엔진·전자장치 등 조정하는 제어장치 ▲모터 등의 구동장치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등이 있습니다.
이중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자동차 1대당 약 200개가 투입됩니다. 기능별 MCU가 존재해 종류도 다양합니다. 수요가 많은 만큼 가격은 급등했습니다. 작년 개당 8달러 내외에서 올해 6배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한 곳이 60배 오른 가격으로 MCU를 구매하겠다고 차량용 반도체 기업에 제안한 적도 있다. 그만큼 급하고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당장 해결될 수 없다는 점과 반도체 업계가 무작정 투자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공장 증설은 최소 1~2년이 걸립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통상 1만 시간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제품 출하는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생산을 본격화할 시점에 지금처럼 수요가 많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 및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가 증설을 망설이는 이유죠.
그동안 MCU 등은 8인치(200mm) 웨이퍼에서 생산해 왔습니다. 8인치는 12인치(300mm) 대비 구식 공정으로 여겨져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주력을 12인치로 전환한 지 오래죠. 이 때문에 8인치 장비 등 인프라 부족으로 생산능력(캐파)을 확대하는 데 제한이 있기도 합니다.
여러 장애물을 한 번에 해결해줄 대안은 12인치 웨이퍼에서 MCU 등을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 라인 전환으로 대응이 가능합니다. 차량용 제품은 까다로운 공급 조건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부분에서 반도체 기업에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생산효율이 좋은 12인치 웨이퍼로 고부가가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당연했죠.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는 최근 12인치 기반 MCU를 출시했습니다. 인피니언 NXP 르네사스 등도 12인치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2인 웨이퍼를 활용한다면 별도 증설 없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만큼 파운드리 등에서도 고려해볼 만한 카드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