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스타트업 법률상식 61] 'Supreme’은 상표권 침해자인가, 성공한 패러디 사업가인가

박가람

[법무법인 민후 박가람 변호사]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의 영향으로 모든 영역에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패선계 역시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통신매체의 발달로 주체가 누구인지, 장소가 어디인지에 관계없이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접속이 가능한 진정한 디지털시대에 'COVID-19'까지 합세하면서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경계는 진정 무의미해졌다.

명품 브랜드의 엄청난 매출 상승은 논외로 하고, 최근 가장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는 브랜드는 단연 'Supreme’일텐데, 이 회사의 성장기야말로 많은 스타트업체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Supreme’은 상표권 침해자인가, 성공한 패러디 사업가인가

'Supreme’의 설립자 제임스 제비아는 미국 출생이나 영국에서 유년기를 보내게 되고, 1989년 뉴욕에서 영국 스타일 의류점을 운영하면서 인지도를 얻게 된다. 'Supreme’은 2000년 명실공히 명품의 대명사, '루이비통'의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한 스케이트 보드를 출시 및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Supreme’과 '루이비통'의 지루한 상표권침해소송이 시작된다.

'Supreme’의 주요 논지는 상표권 침해가 아닌 패러디의 일종이라는 것인데, 패러디 장르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창작의 형태로 볼 수 있고, 영화·드라마 등 영역을 불문하고 많은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 이용되고 있는 기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 볼 점은, 이 지루한 소송이 계속되어 오던 2017년 경, 'Supreme’과 '루이비통'이 공식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는 사실인데, 이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전세계 힙스터들은 '루이비통' 매장 앞에서 밤새 줄을 서면서 구매를 희망했고, 'Supreme’과 '루이비통'의 콜라보레이션은 리셀러들을 통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되었다. 그리고, 이 콜라보레이션은 도도한 명품업체와 자유로운 스트릿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의 포문을 열었다.

'Supreme’은 상표권 침해자인가, 성공한 패러디 사업가인가. 누구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이 질문의 유일한 답은 패러디가 패러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모방과 표절이 아닌 성공적인 패러디여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Supreme’은 또 다른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는 사실과 이번에는 'Supreme’이 상표권을 침해당했다는 사실이다. 'Supreme’이 2012년까지 미국에서조차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는 등 상표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동안, '슈프림 이탈리아'가 전세계 곳곳에서 상표권 등록을 마치고 정품 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Supreme’의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포문을 열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분쟁 사례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국내 굴지의 화장품업체인 '더 페이스샵'이 미국의 한 패션업체와 협업하여 만든 한정판 상품이 '루이비통'의 디자인과 비슷한 무늬를 넣었다는 사실을 이유로 법적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더 페이스샵' 측은 실용적 소비를 권장하는 취지로 패러디한 디자인을 쓴 것이라 주장하면서 협업을 진행한 미국의 업체도 '루이비통'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으나 미국법원으로부터 패러디로 인정받았다는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저명상표인 이 사건 각 상품표지를 모방하여 이 사건 상품표지가 가지는 양질의 이미지나 고객흡인력에 편승하여 이익을 얻고 이 사건 상품표지의 가치를 희석화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용표장을 사용하여 이 사건 제품을 제조, 판매한 피고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식별력 손상행위에 해당하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의 금지청구권 등과 같은 법 제5조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에 기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더 페이스샵'의 상표침해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4. 선고, 2016가합36473 판결).

패러디 의류제품의 법적 분쟁 소지

최근, 국내의 많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글로벌 회사의 상표를 패러디한 의류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정식 협업 또는 상표사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타인의 주지·저명한 상표를 패러디한 의류제품의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상표법 제108조 제1항은 상표권 침해행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동법 동조 동항 각호에 의하여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상표권자는 상표권침해행위자에 대하여 금지청구권(상표법 제10조 제1항, 제2항 및 제3항), 손해배상 청구(상표법 제109조)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상표권자의 청구가 인정되는 경우, 상표권자는 상표법 제107조 제2항에 의하여 상표권침해자의 생산 설비 시설 및 생산 중인 제품 등에 대한 폐기 청구가 가능하다. 아울러, 상표권자는 상표권침해자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한 바, 상표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할 때에는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박가람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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