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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11' 연내 출시, PC용 OS 이미지 탈피··· 윈도10에서 무료 업그레이드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11을 공식 발표했다. 대대적인 사용자환경(UI) 개선과 함께 ‘팀즈’, ‘엑스박스(Xbox)’ 등 MS가 집중하고 있는 요소들이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내 출시 계획이며 윈도10 라이선스 보유자는 무료로 11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24일(현지시각) MS는 자사의 운영체제(OS) 윈도의 최신 버전을 발표했다. 발표 전 유출됐던 윈도11 빌드 21996.1와 판이하게 다르다. 빌드 21996.1 윈도11은 기존 윈도10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MS는 청사진을 공개한 윈도11은 ‘차세대 윈도’에 걸맞은 변화를 보였다.

MS가 공개한 윈도11의 변화는 ▲사용자 경험 개선 ▲연결성 강화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윈도 ▲MS 스토어 전면 개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하나가 대대적인 변화다.

◆PC용 OS로서의 윈도는 끝났다··· 태블릿·스마트폰까지 아우른다=일반 사용자가 느끼기에 가장 큰 변화는 UI의 개선이다. 상식마냥 이어져 왔던 하단 작업표시줄의 좌측정렬이 중앙정렬로 바뀐다. 애플의 맥OS와 닮았다.

중앙정렬로의 변화 이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시작메뉴다. 과거 윈도의 시작메뉴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는 폴더가 일렬로 배치되는 구조였다. 윈도10에서 앱 바로가기의 개선이 이뤄졌지만 좌측 하단에 있는 구조가 썩 편하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윈도11에서의 시작 화면은 안드로이드와 유사하다. 원하는 앱에 곧바로 접속할 수 있도록 즐겨찾기(Pinned)가 개선됐다. 동시에 윈도10에서 있던 추천항목(Recommended)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윈도11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것과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의 주도권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상황에서 MS의 약점으로 꼽혔던 스마트폰 이용자를 다시금 MS 생태계로 유인할 전략으로 읽힌다.

복수의 모니터를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쉬워진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윈도11에서는 모니터에서 특정 작업 영역을 설정할 수 있는 스냅 레이아웃을 제공한다. 화면을 2분할, 3분할, 4분할 등 본인 입맛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또 윈도10에서 Win+Tab 키로 이용할 수 있었던 ‘멀티윈도’가 하단 작업표시줄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옵션으로 제공된다. 키보드 단축키 등을 통해 ‘아는 사람만 알던’ 기능을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로 옮겼다. 터치가 가능한 하드웨어에서 이용할 경우, 기존 단축키 방식에 비해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반적인 UI의 변화는 태블릿으로의 영역 확장으로 귀결된다. MS는 제스처 기능을 추가하고 음성 인식/입력 기능을 강화했다. 이는 ‘윈도는 키보드가 있어야 한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윈도 기본 앱으로 들어온 팀즈, 협업툴 생태계 장악하나=MS의 협업 툴 ‘팀즈’가 윈도11에 기본 앱으로 설치된다. 다소 무겁게 느껴졌던 PC 팀즈의 모습에서 탈피해 메신저 같은 형태로 간소화된 듯한 UI다.

MS가 주력하고 있는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팀즈가 윈도11에 통합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팀즈는 협업툴로서는 슬랙과, 화상회의 기능으로는 줌(Zoom)과 시장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윈도11과 팀즈의 결합은 기존의 경쟁 구도를 무너트릴 수 있다. 전례가 있다. 윈도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윈도에 통합함으로써 당시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넷스케이프를 무너트렸다. 당시 넷스케이프의 점유율은 72%로, IE의 18%보다 한참이나 높은 상태였다.

속단할 수는 없다. MS는 브라우저 경쟁에서 구글에 크게 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글로벌 기준 데스크톱 브라우저 점유율 1위는 구글의 크롬(68.32%)이다. MS의 엣지(8.02%)는 사파리(9.77%)에도 뒤진 3위다. 크롬을 넘어서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협업툴·화상회의 경쟁에서도 극단적인 성장을 보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윈도11과 팀즈의 결합으로 영향력이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타 협업 솔루션 업체의 입장에선 만만찮았던 경쟁사가 체급을 올려 왔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최근 서구권에서 불고 있는 반독점 관련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슬랙(세일즈포스)은 작년 MS가 팀즈를 묶음 판매하는 것을 두고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고의 게임 플랫폼, 윈도=MS는 최근 ‘게임에 올인하겠다’는 표현을 거듭 해왔다. 새롭게 발표한 윈도11에서도 이와 같은 흔적을 엿볼 수 있다.

MS는 윈도11을 소개하며 최고의 게임 경험(Unrivaled Gaming Experience)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다이렉트X 12 울티메이트(DirectX 12 Ultimate)와 오토 HDR(Auto High Dynamic Range), X박스 게임패스(Xbox Game Pass) 등이다.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게임 성능 향상이다. MS는 ‘다이렉트 스토리지(Direct Storage)’ 기술을 이용해 속도를 높였다. 기존에는 스토리지(HDD, SSD)에서 중앙처리장치(CPU)를 거쳐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로 전달됐는데, 다이렉트 스토리지 기술을 통해 스토리지에서 곧바로 GPU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윈도11에서의 게임 성능이 얼마나 높아질지 정실 출시 후 테스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윈도11 환경에서 게임 속도가 높아진다면 게이머들로서는 윈도11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윈도11에서는 게임을 이용할 때 자동으로 HDR이 적용된다. 당장 큰 영향을 끼칠 게임 성능 상향과 달리 오토 HDR의 경우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HDR의 경우 1000니트(Nit) 정도의 밝기를 가진 디스플레이가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게이밍 모니터에서는 300~400니트의 제품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SW의 개선이 선행되는 만큼 하드웨어 시장의 변화가 예견된다.

엑스박스와의 연동 강화도 게이머의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MS는 작년 제니맥스 미디어 인수를 발표, 올해 3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제니맥스 미디어는 게임 개발사인 베네스다 등을 자회사로 둔 기업이다. 베네스다는 ‘둠’, ‘폴아웃 시리즈’, ‘엘더스크롤 시리즈’ 등 글로벌 히트작을 다수 보유한 기업이다. 제니맥스 미디어의 인수로 MS는 세계 최대 게임 기업 중 한 곳으로 거듭났다.

지난 14일 MS는 ‘엑스박스-베네스다 게임 쇼케이스’를 개최,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엑스박스 게임 30종을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포르자 호라이즌’, ‘헤일로 인피니티’, ‘레드폴’ 등 인기작이 대거 포진됐는데, 이중 27개의 게임은 엑스박스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게임패스’에 추가된다.

그간 엑스박스는 콘솔 기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한국 시장 특성상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비해 크게 뒤진다. 영국의 검색 에이전시 라이즈앳세븐은 국내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의 점유율은 각각 87.57%, 12.43%라고 밝혔다.

엑스박스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게임패스는 국내 게이머들의 입맛에도 어울리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클라우드 게임을 위한 필요 조건인 인터넷망이 잘 갖춰져 있다. MS가 윈도11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게임 산업의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점쳐진다.

◆핵심은 생태계 확장=윈도1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MS의 생태계 확장 의지다. PC OS 시장에서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MS지만 과거에 비해 그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 태블릿과 모바일 시장의 성장 흐름을 주도한 애플에게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내줬다.

어려운 시기를 겪던 MS는 몇 년 전부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전문가들은 MS가 반등하게 된 원인으로 윈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클라우드에 집중한 것을 꼽는다. MS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이미 OS 매출을 뛰어넘었다.

애저(Azure), 팀즈, 게임 등 먹거리를 다변화하는 가운데 윈도11은 이들을 한데 묶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MS는 윈도11을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윈도10 출시 때와 마찬가지로 기존 라이선스 보유자는 윈도11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 ‘윈도10이 마지막 윈도’라는 말은 지키지 못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없는 만큼 반발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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