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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주도권 경쟁…인텔 vs AMD, HPC 시장에서도 격돌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인텔과 AMD가 슈퍼컴퓨터로 대변되는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서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제온 프로세서는 물론 원API, 내년 출시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통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AMD는 에픽 프로세서를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엔비디아와 ARM 기반 CPU 등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 021)에서 발표된 제57회 ‘전세계 상위 500대(top500)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인텔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한 시스템은 431대에 달했다. 전체의 86%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1년 전 470대, 지난해 11월 450대에 비교하면 계속해서 줄고 있다.

반면 AMD CPU를 탑재한 슈퍼컴퓨터 숫자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1년 전 AMD를 탑재한 슈퍼컴퓨터는 11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엔 21대로 늘어났으며 올해 순위에선 55대가 포함됐다. 55대 중 에픽 프로세서를 탑재한 시스템은 49대에 달한다. AMD 측은 “에픽 프로세서를 채택한 시스템은 2020년 6월 대비 약 5배, 11월 대비 약 2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톱500’ 순위에 새롭게 진입한 58대 슈퍼컴퓨터 가운데 29대가 AMD 에픽 프로세서를 채택했다. 이중 3개는 ‘톱10’ 순위에 포함됐다. 대표적인 시스템이 올해 5위로 새롭게 진입한 미국 국립 에너지 연구 과학 컴퓨팅센터(NERSC)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버클리랩)의 ‘펄머터’다.

펄머터는 HPE 크레이 ‘샤스타’ 플랫폼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1536개의 64코어 에픽 7763 CPU와 6159개의 엔비디아 A100 GPU가 장착됐다. 버클리랩은 올해 말에는 CPU 전용 노드 확장을 통해 6144개 에픽 프로세서를 추가할 예정이다.
인텔 Xe-HPC 기반 차세대 GPU인 폰테 베키오
인텔 Xe-HPC 기반 차세대 GPU인 폰테 베키오

이처럼 AMD는 에픽 프로세서를 통해 HPC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동시에 AMD 인스팅트 엑셀러레이터와 ROCm 오픈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데이트를 통해 생태계도 확장하고 있다. ROCm 오픈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애플리케이션, 써드파티 라이브러리 및 프레임워크 등 AMD 엑셀러레이터를 지원하는 여러 솔루션에 적용돼 호환성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ROCm 전용 파이토치는 현재 설치형 파이썬 패키지로 제공되며 AMD의 MIOpen와 RCCL(커뮤니케이션) 라이브러리 기반의 혼합 정밀 및 대규모 교육 기능 등을 제공한다.

포레스트 노로드 AMD 데이터센터 및 임베디드 솔루션 비즈니스 그룹 총괄 수석 부사장은 “AMD는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팅의 장벽을 낮추고,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텔 역시 HPC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을 가속하고 있다. 여전히 대다수의 슈퍼컴퓨터는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돼 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의 심장이라 불리는 제온 프로세서의 지속적인 혁신 및 새롭게 출시될 GPU, 소프트웨어 확장 등을 통해 HPC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출시된 3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아이스레이크’의 경우, 이전 세대 프로세서 대비 생명과학, 금융, 제조 등 다양한 HPC 워크로드에서 최대 53% 높은 성능을 제공하며, AMD ‘에픽 7543’ 대비 NAMD와 LAAMPS 등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아이스레이크의 후속 제품인 ‘사파이어 래피즈’는 HPC 및 AI 워크로드를 위한 CPU다. 이미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 연구소의 ‘오로라’ 슈퍼컴퓨터 등에서 고대역 메모리(HBM) 통합형 사파이어 래피즈 프로세서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 10나노 공정을 최대한 활용해 전력 소모와 트랜지스터 작업 속도를 한층 더 개선한 ‘인핸스드 슈퍼핀’을 처음으로 적용했으며, 업계 최초로 DDR5 메모리를 지원한다. 인텔의 어드밴스드 매트릭스 익스텐션(AMX)이라는 새로운 내장 AI 가속 엔진도 갖췄다.

올해 초 선보인 Xe-HPC 기반 GPU(코드명 폰테 베키오)를 통해서도 HPC 및 AI 워크로드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인텔 포베로스 3D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HBM 메모리와 기타 지적 재산을 포함한 여러 IP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인텔 이더넷 800 시리즈 네트워크 어댑터 및 컨트롤러 등을 통해 HPC 워크로드 연결을 최적화했다.

트리시 댐크로거 인텔 HPC 그룹 총괄 및 부사장은 “HPC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컴퓨터 리소스와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며 “인텔은 CPU와 원API 툴킷 등을 통해 엑사스케일 컴퓨팅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슈퍼컴퓨터 시장은 인텔의 압승이다. 올해 톱500 슈퍼컴퓨터 순위에 오른 국내 시스템을 살펴보면 모두 인텔 제온 프로세서 기반이다. 한국 슈퍼컴퓨터의 경우 총 5개 시스템이 순위에 올랐다.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기상청 슈퍼컴퓨터 5호기 ‘마루’(23위)와 ‘구루’(24위)에는 3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인 ‘아이스레이크’가 탑재됐다. 각각 30만5432코어 25.46페타플롭스 성능을 낸다. 동일한 두 시스템은 주 시스템과 백업 시스템 역할을 한다. 마루와 구루를 성능을 합치면 약 9위에 해당한다.

또 2019년 말부터 가동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31위)과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 ‘누리’(210)와 ‘미리’(211위)에도 인텔 제온 파이 및 E5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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