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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융복합 ‘빅블러’ 시대…계열사 합병 시너지 노리는 유통기업들

이안나

- 통합 GS리테일·KT알파 1일 출범…산업 내 활동영역 확장·강화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유통업계는 현재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e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기업들 합종연횡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 온·오프라인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심화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열사들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하나의 전략으로 떠올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통합 GS리테일’이 공식 출범했다. 편의점 GS25가 주요 사업인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흡수 합병한 형식이다. 합병 후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간 10조원으로 이마트·롯데쇼핑에 이어 3위권, 영업이익은 약 4000억원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취급액 15조4000억원(GS리테일 11조원·GS홈쇼핑 4조4000억원)을 2025년까지 25조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통합 GS리테일은 이번 합병을 통해 온·오프라인에 더해 방송까지 합쳐진 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4월 시범 운영했던 통합 온라인몰 ‘마켓포’도 이달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GS홈쇼핑이 운영하던 GS샵은 물론 GS프레시몰·랄라블라·심플리쿡 등 10여개 디지털 커머스를 한데 모았다. GS리테일은 향후 오픈마켓으로 확장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

다만 마켓포 론칭을 앞두고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계열사 온라인 부분을 통합한 것만으론 e커머스 시장 후발주자로서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출범한 롯데ON도 롯데마트·백화점 등 7개 계열사를 통합했지만 효과가 미미했고 지난해 오픈마켓 형식으로 전환한 후에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핵심역량으로 신선·가공·조리식품 소싱 역량과 1만5000여 소매점 인프라를 활용한 퀵커머스(즉시배송) 플랫폼 등을 꼽았다. GS샵 제품 포함 마켓포에서 상품 주문 시 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다는게 차별점이다. 소용량 배송이 대부분인 1·2인 가구의 경우 기존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이 부담스럽지만 이를 편의점을 물류센터로 활용한 퀵커머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 등 편의점은 소규모 포맷으로 온라인 중심 소비 트렌드로 바뀌어도 성장기조나 매출 변동이 크게 없었다”며 “다만 전체 산업관점에서 온라인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기반에 온라인을 강화하게 된 것이고 이런 온·오프 융합은 온라인만 운영하는 업체들에 비해 훨씬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KTH와 KT엠하우스가 합병한 ‘KT알파’도 정식 출범했다. KTH는 데이터홈쇼핑 ‘K쇼핑’, KT엠하우스는 모바일 쿠폰,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 등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KT알파는 TV-모바일간 경계를 없애고 커머스 솔루션 플랫폼에 진출해 B2B와 B2C 전 영역에서 커머스 활동을 확장한다.

특히 K쇼핑은 라이브 커머스 최초로 모바일과 TV앱 동시 라이브 방송을 지난 10일 론칭,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었다. 모바일 기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TV에서도 동시 시청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KT엠하우스가 운영하던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도 KT알파가 운영하게 되면서 MZ세대 수요 역시 끌어올 수 있는 요인이 생겼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업계 추산 5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동시에 위협 요인도 있다. 핵심 서비스로 내건 모바일-TV 동시 라이브커머스 방송 송출이 합당한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검토 중에 있다. T커머스의 경우 첫 화면에 실시간 방송이 금지돼있는데 KT알파 TV-모바일 동시 라이브방송 송출은 TV앱 메뉴를 타고 들어가야한다. 당장 명백하게 위반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우회적 수단이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서비스가 제재될 수도 있다.

KT알파 정기호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서비스 런칭 전 검토를 했고 (기존 라이브 홈쇼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시청자에게 자동 노출되는게 아닌 여러 선택권 중 하나로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법적·제도적 문제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슬기롭게 협의하고 진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각각 우려들이 생기는 과정에서도 기업들이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는 건 온·오프라인 및 커머스·콘텐츠 등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정연승 교수는 “기업마다 재무적인 이유 등 통합을 해야하는 상황과 이유가 달라 한가지 모델로 설명할 순 없다”면서도 “협업을 하기 위해선 다른 법인으로 있을 때 보다 한 법인 안에 같이 있을 때 훨씬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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