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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마이크론도 결국 EUV…삼성·SK, 다시 앞서간다

김도현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반기 EUV 기반 D램 양산

[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미국 마이크론이 차세대 노광기술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D램 3강’이 모두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하게 된 것입니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 대비 빛의 길이가 짧은 파장입니다. 각각 13.5나노미터(nm)와 193nm 수준입니다. 가는 붓일수록 섬세한 작업에 유리한 것과 같은 이유로 EUV는 미세공정에 적합합니다.

D램은 데이터 저장소(캐패시터)를 만들어야 해서 낸드플래시와 달리 적층이 어렵습니다. 회로 선폭을 줄여 성능과 효율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메모리 업체들이 D램 공장에 EUV 장비를 투입한 이유죠.

다만 EUV는 쓰고 싶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공정이 아닙니다. EUV는 상당히 예민합니다. 모든 물질에 흡수하는 특징으로 공기 중에 노출되면 없어집니다. 다루기 힘들뿐더러 관련 장비를 구하기도 힘듭니다. 네덜란드 ASML만 생산할 수 있는데 1년에 50대도 생산하지 못합니다. 대당 2000억원에 달할 정도지만 대만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이 1대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줄을 선 상태죠.

결과적으로 마이크론이 EUV를 제대로 활용하기까지는 2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크론은 최근에서야 ASML에 EUV 장비 발주를 넣었습니다. 주문이 밀린 탓에 입고까지는 1년6개월 소요될 전망이죠. 그동안 연구용 EUV 장비를 들여 공정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경쟁사는 어떨까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EUV를 도입한 업체죠.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에서 EUV를 적극 활용 중입니다.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10nm급 3세대(1z) D램 일부 공정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반기 양산할 10nm급 4세대(1a) D램부터 적용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도 후발주자지만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하반기부터 EUV 기반 1a D램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지난 2월에는 ASML과 4조7500억원 규모 EUV 장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설치비 등을 고려하면 10~20대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죠.

최근 마이크론은 메모리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를 위협했습니다. 작년 11월과 올해 1월 각각 176단 3차원(3D) 낸드와 1a D램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국내 업체가 아직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만년 3위였던 마이크론의 반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죠. EUV 없이 1a D램을 제작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1~2년 새 삼성전자와 기술 격차를 2년에서 6개월 내외로 좁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EUV 분야로 한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EUV 적용으로 차세대 제품 생산이 상대적으로 늦춰진 것을 보면 마이크론도 쉽지 않겠죠. 물리적인 시간으로도 2년 이상이 차이납니다. 뒤늦게 EUV 도입을 선언한 마이크론과 관련 제품 생산을 앞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간 격차는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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